▲이달 1일 공개된 피치항공의 새 CI와 항공기 리버리. 사진=피치항공 홈페이지
일본 저비용항공사(LCC) 피치항공이 기존 단거리 위주의 단일기종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기종을 도입하는 '투 트랙(Two-track)' 기단 운용 전략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
과거에 파격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굳어졌던 부정적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브랜딩에도 속도를 낸다.
◇A321XLR 도입으로 중장거리 정조준…호주·인도 취항 목표
피치항공의 한국총판대리점(GSA)인 에어피스코리아는 지난 6일 언론사를 상대로 피치항공의 향후 경영 전략과 노선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설명의 핵심은 피치항공이 기단 운영의 핵심이었던 '원 트랙(단일 기종)' 전략을 대폭 수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에는 사고 발생 시 정비사 투입이 용이하고 기재 대체가 쉽다는 이유로 단거리 기종만을 고집해 왔다면, 이제는 장거리 비행을 통한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하기로 한 것이다.
전선하 에어피스코리아 대표는 “최대 11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한 신규 기종 에어버스 A321XLR(Extra Long Range)을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호주, 인도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의 A321XLR(Extra Long Range)은 협동체(Narrow-body) 항공기 중 최장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A320neo 패밀리의 최신 파생형 모델이다. 기체 후방에 통합 연료 탱크(RCT)를 탑재하고 랜딩기어를 강화해 최대 이륙 중량(MTOW)을 100톤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최대 4700해리(약 8700km)를 10~11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아시아-호주나 대서양 횡단 같은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이 가능하다. 구형 중형 광동체(Wide-body) 항공기 대비 좌석당 연료 소모율을 약 30% 절감해 압도적인 경제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객실 내부에는 에어버스의 최신 '에어스페이스(Airspace)' 디자인이 적용돼 넓은 수하물 공간(오버헤드 빈)과 기내 와이파이, 개선된 조명 등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A321XLR이 대형 허브 공항을 거치지 않고 중소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비행 수요를 충족하며 글로벌 항공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기종 도입 시기와 관련해 김우걸 에어피스코리아 상무는 “작년 12월경 발주를 진행했지만 현재 에어버스 측의 인도 지연 문제로 실제 도입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아울러 중장거리 비행 시 기존의 좁은 좌석 간격으로 예상되는 고객 불편과 안전 문제에도 공감했다.
전 대표는 “단거리 노선에서는 좁은 간격을 참을 수 있지만 11시간을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에서 동일한 좌석을 유지하면 큰일이 날 것"이라며 신기종 도입 시 좌석 편의성 개선이 동반될 것임을 시사했다.
▲피치항공 여객기 내부. 사진=피치항공 제공
◇소도시 대신 거점 공항 집중…유류 할증료 0원 기조는 유지
일본 내 지방 소도시 취항 계획을 묻는 질문에 피치항공 측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강경화 이사는 “국내 LCC들이 일본 소도시에 취항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지자체들이 인바운드(유입) 관광객 유치를 위해 외국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일본 국적사인 피치항공은 이러한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피치항공은 오사카·나고야·나리타 등 조종사·객실 승무원 거점이 있는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비행편을 집중시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고 덧붙여 말했다. 새로운 목적지에 취항해 승무원들을 이동시키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김포-오사카 노선에 하루 4편을 집중 투입해 상용 수요를 성공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피치항공은 최근 미-이란 전쟁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 속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기본운임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치항공은 2015년부터 탑승객들에게 유류할증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선하 대표는 “(유류할증료 미부과는) 저유가 시대였기에 가능했고 현재의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 하락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고객유치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야 하지 않냐고 질문에 전 대표는 “유류 할증료를 안 받는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유류할증료 대신 기본 항공료를 일부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밖에도 피치항공은 단거리 왕복 비행과 40분이라는 극도로 짧은 지상 체류 시간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정시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브랜드 컬러와 CI가 적용된 도쿄 나리타·오사카 간사이 공항 카운터(상단)와 굿즈들(하단). 사진=피치항공 제공
◇노이즈 마케팅 시대 지나 '성숙기' 진입…브랜드 쇄신 총력
설립 초기부터 피치항공을 따라다녔던 '피치 못할 때 타는 비행기'라는 부정적인 별명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우걸 상무는 “해외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해 환불 불가 조건으로 발권한 승객들이 규정상 환불이 안 되자 불만을 표출하면서 그런 말이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한국 시장 진출 당시 대형 항공사(FSC)의 풀 서비스에 익숙했던 국내 승객들에게 물조차 유상으로 판매하는 피치항공의 철저한 수익 모델이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강경화 이사는 과거 본사 경영진의 입장을 언급하며 “초창기에는 저비용 항공사(LCC)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수식어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회사를 알리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피치항공은 과거 기내에서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하거나 비트코인 결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회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전략이 수정됐다.
강 이사는 “회사가 발전기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긍정적인 브랜드로 리브랜딩하자는 논의가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노선 운항편이 늘어난 만큼 적극적인 홍보 예산을 본사에 요청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상무 역시 “최근에는 부정적인 기사 대신 '피치를 올리자(Pitch Up)'는 긍정적인 방향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사 직영 지사가 아닌 총판매 대리점(GSA) 형태로 운영되는 에어피스코리아의 특징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지사 형태가 본사의 관리를 받기에 더 유리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영진은 GSA 체제의 독립성과 유연성을 강조했다.
김 상무는 “직원 입장에서는 지사 형태가 항공권 지원 등 복지 혜택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실적이 좋을 때 본사의 규정과 별개로 한국 법인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것은 GSA 체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선하 에어피스코리아 대표는 “한국 법인의 경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비중이 91~95%에 달해 여행사 중심의 B2B 영업 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며 “노동조합 등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한국 법인 대표가 독립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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