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한국씨티은행, 빗썸, 스타벅스 등 다양한 회사들과 제휴를 맺으며 고객 기반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에는 국민은행이 다른 은행들과의 출혈 경쟁을 벌이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고액자산가, MZ세대 등 다양한 고객층을 유치하는 동시에 가상자산과 같은 미래 산업도 선점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영업점에서도 씨티은행 거래 가능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3일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한국씨티은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창구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씨티은행 고객들은 전국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입금거래, 지급거래, 계좌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 통장정리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업무에 대한 단계적 폐지를 진행함에 따라 기존 씨티은행 고객들의 불편이 우려되는 만큼 국민은행에서도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할 정도로 PB 업무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해 고액자산가나 중장년층 비중이 많다. 이에 국민은행은 한국씨티은행과 제휴를 맺고 씨티은행 고객 대상 서비스를 확대해 고액자산가를 자연스럽게 유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도 소비자금융 단계적 철수를 결정한 이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의지가 강했던 만큼 국민은행과의 제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전언이다.
빗썸과 파트너십, 승자는 국민은행
여기에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이 오는 3월 24일부터 원화 입출금 은행을 기존 NH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변경하는 것도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빗썸을 이용하는 고객은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를 두고 빗썸보다 국민은행이 더 많은 실익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제휴로 MZ세대 고객 확보를 넘어 내부적으로 미래 신시장인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가상자산 시대 대중화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해치랩스, 해시드와 함께 디지털자산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할 정도로 일찌감치 가상자산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게다가 국민은행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작년 9월 말 기준 1262만2000명으로 대중화됐다. 즉, 기존에 가상자산 거래에 관심이 없었던 국민은행 고객들도 빗썸을 통한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국민은행은 빗썸과의 제휴를 토대로 가상자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그간 인터넷은행에 생소했던 고객들을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해 유치하면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국민은행은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계좌를 보유할 정도로 대중적"이라며 “국민은행은 빗썸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미래 사업 기반인 가상자산 고객들을 확보하는 동시에 관련 시장 연구나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NIM 방어, 저원가성 예금 확보...'다다익선' 전략
국민은행은 앞선 사례 외에도 삼성 금융계열사와 함께 삼성 통합 금융플랫폼 '모니모' 회원 전용 입출금통장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모니모에서만 가입 가능한 해당 통장은 이르면 4월 중 출시된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은행권 최초로 스타벅스 전용 통장을 출시한다.
국민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올해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인 '고객 기반 확대'와 맞닿아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3400만명의 고객을 보유 중이나, 이 중에는 국민은행과의 거래가 적은 이들도 포함됐다. 이에 국민은행은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유치해 저원가성 예금이나 비이자이익을 확보하고, 금리 하락기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새해 취임식에서 “마치 'KB 팬클럽' 같은 다정하고 끈끈한 신뢰관계를 만드는 것이 KB국민은행의 가치이자 참모습"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종전처럼 금리 경쟁을 통해 타행 고객들을 유치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돼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나 밸류업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NIM은 사실상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밸류업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기관영업이나 타사 제휴에 주력하는 것도 모두 저원가성 예금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