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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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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주총, ‘오리무중’으로 빠져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15 11:16

최윤범 회장, 집중투표제 도입시 ‘경영권 굳건’…저지 위해 사활건 MBK

외국인·국민연금 설득해야 하는 최윤범 회장

ISS·글래스루이스 등 자문사 의견 분분...“승부 예측 불가”


고려아연

▲고려아연 CI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결과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외국인과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최윤범 회장이나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한 MBK파트너스는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집행임원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신규 이사 선임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는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MBK가 다수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안건이 통과한다면 최윤범 회장은 MBK와 영풍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안건 통과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특히 외국인과 국민연금 모두의 찬성이 필요하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정관 변경이 필요한 특별 결의 사항이다. 특별 결의는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과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또한 '3%룰'도 적용된다. 주주 1명당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달리 말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은 의결권 계산에서 제외된다.


현재 최대주주 측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해 총 58%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한 상태다.


그렇기에 국민연금과 외국인의 향방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은 4%~5%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참여 등으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28일 기준 5.15%(자사주 제외 의결권주식수 기준)이지만 작년 11월과 12월 중 차익 실현을 위해 변동폭 1% 내로 추가 매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려아연의 외국인 지분은 상당한 수준이다. 경영권 분쟁 이후 6개월간 리포트 발표가 전무해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해 8월 기준 유통주식의 20.3% 중 18.5%가 외국인 소유였다. 현재는 8% 중 7%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내 투자자들 지분은 기관과 개인을 합쳐도 1%가 안 된다.


양 측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면 가결 요건인 67%를 넘길 전망이다. 하지만 양 측 중 어느 한 쪽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표를 던진다면 부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엇갈린 자문사 의견… 표 분산 시 MBK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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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각 사 의견 취합

국민연금과 외국인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최근 의견을 발표한 4곳의 의결권 자문사 중 3곳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에 대해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에 대해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의 부작용보다 '소액주주 보호장치 마련'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역시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돼 찬성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ISS 반대가 변수다. ISS는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3곳이 찬성했지만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ISS는 반대를 했기에 어느 한 곳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집중투표제가 부결된다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핀치로 몰릴 수 있다.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이사 3명의 자리를 잃을 경우, 3월 정기주총에서 경영권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정총에서 5명이 퇴임 예정인 가운데 MBK 측이 승기를 잡을 경우, 이사진 구도가 현재 12대 0에서 임시주총에서 12대 3, 그리고 정기주총에서 MBK 측 이사가 5명이 들어간다면 7대 8로 역전될 수 있다. 이사 수를 몇 명으로 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결과와 상관없이 흐름은 유사할 전망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글래스루이스까지 MBK 의견에 찬성했다면 최윤범 회장이 상당히 곤란했을 테지만 지금은 한 숨 돌린 상태"라면서 “하지만 ISS가 외국인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승패는 주주총회장에 들어가야 알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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