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경현

pearl@ekn.kr

박경현기자 기사모음




신용판매는 부업?…불황에 허리띠 조이고 대출사업 키우는 카드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19 10:40

‘인기 많아도’ 발급 중단…지난해 600종 육박
올 들어 다시 자취 감춘 6개월 무이자할부

가맹점 수수료 인하·금리 동결에 업황 악화
카드론 의존도 확대엔 우려 “기형적 구조”

카드사들이  올해 들어 알짜카드 단종·무이자할부 축소 등 '긴축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들이 올해 들어 알짜카드 단종·무이자할부 축소 등 '긴축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들이 금리 인하기를 앞두고 올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상은 '긴축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내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를 앞둔데다 최근 금리 동결결정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통한 수익 의존도가 다소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카드사들의 '알짜카드' 단종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발급 중단 카드가 600종에 이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가 발급을 중단한 카드는 총 595종이다. 이는 전년 대비 29.9% 증가한 수치로 2022년 101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불과 2년 만에 약 6배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들어 인기가 높은 카드도 대거 단종에 나서는 추세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무료 이용과 최대 10% 적립혜택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버 현대카드'는 이달 22일부터 발급을 받을 수 없다. 비씨카드도 내달 3일 'BC 바로 에어플러스 스카이패스' 카드의 신규 발급 중단에 들어간다.


지난해 10월 부활했던 6개월 무이자할부도 올해 들어 거둬들였다. 할부 이자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까닭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해 3분기 할부수수료 수익은 2조583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371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로, 이런 추이대로라면 작년 한 해 할부이자로만 벌어들인 수익이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상 할부 결제가 많아진 반면, 무이자 할부 혜택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은 올해도 수익 부진 예상에 따라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올 들어 6개월 이상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사는 전무하다. 2개월 기준 카드할부수수료율은 카드사별로 최저 7.90%부터 최대 10.90%에 달한다. 할부 기간을 최대로 했을 때 부과되는 수수료율은 최저 19.00%에서 최고 19.95%로,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간신히 밑돈다.


외형 줄이기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카드사는 전체 8곳 중 4곳에 달한다. 3년만에 시행에 나선 KB국민카드를 비롯해 우리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등이 희망퇴직 시행 소식을 알렸다.


이는 고금리, 경기불황 장기화, 규제 강화 등 업황 악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카드사들은 다음 달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의 추가 인하를 앞두고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에 따르면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최대 0.1%P 인하된다. 전체 가맹점의 97%가 수수료 인하 혜택 대상이다. 전체 순익 중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분기 기준 29.2%로 감소해 이미 30% 선이 무너졌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달 15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연 3.167%로 지난 13일 3.1%대로 올라서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감소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춤해졌다.


반면 카드론을 통한 수익성 확대에는 불이 붙는 모양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원으로 증가 추세는 물론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8조8791억원) 대비 3조6665억원 증가한 수치다.


카드론은 수취하는 금리가 평균 14%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수익 사업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 대출 문턱을 높인 기조와 맞물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소비자들의 카드론 수요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수익 의존도가 높아지며 건전성 관리 부담 등 각종 우려가 따른다. 정완규 여신협회장은 지난해 12월 여신금융포럼에서 “카드사가 본업인 결제 서비스를 넘어 대출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절감에만 몰두하다 보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