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트럼프 2.0 개막] “국내 금융사들, 고환율-조달비용 상승-금융제재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20 15:43

“美, 수출통제-금융제재 연계 강화”
국내 금융기관-기업 동시 제재 가능성

은행 환전수요↓...비이자이익 차질
美우선주의 대비해 현지영업 강화 필요

“연준,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 시사”
금융사 자금조달 계획 재점검해야

은행권

▲국내 금융기관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책을 세우는 트럼프 리스크는 미국의 수출통제와 금융제재 간에 연계 강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호무역주의, 고환율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 등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국내 금융사들은 조달비용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국내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책을 세우는 리스크는 미국의 수출통제와 금융제재 간에 연계 강화다.


미국은 그간 수출통제와 금융제재를 별도의 목적과 체계로 운영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담당하는 수출통제는 주로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다. 금융제재는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담당하며, 자금세탁과 테러 등의 방지를 목적으로 제재 대상의 금융거래를 제한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두 제도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대상 명단에 등재된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자동으로 수출 통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OFAC는 2023년 12월 행정명령 제14114호를 발표하며 러시아의 제재회피를 지원하는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도 했다. 제재 대상이 된 외국금융기관은 미국 내 대리계좌나 환계좌의 개설, 유지가 금지되고 미국 내 또는 미국인이 소유, 통제하는 자산이 동결되며, 이와 관련된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트럼프

▲미국은 최근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수출통제와 금융제재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제는 국내 기업들과 금융사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통합 대응시스템이 없어 제재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제재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나 적용범위에 관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등 정부의 해당 부처들이 합의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우리나라가 수출할 때 중국에 대한 압박이나 미국 인공지능(AI) 등 기술보호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이달 13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20개 동맹국과 파트너에는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제한 없이 판매하고, 나머지 대다수 국가에는 한도를 설정하는 신규 수출 통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중국, 러시아 등에 AI 반도체를 우회 수출하거나, 금지 국가에 수출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그곳에 자금을 이체하거나 금융거래를 할 때 거래했던 금융사들도 같이 제재를 받는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러한 기조가 강화됐고, 트럼프 행정부도 같은 기조로 알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사나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수출 기업들은 현재 물건을 주고도 돈을 못 받거나, 물건은 받았는데 돈을 못 보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면서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담당하는 수출통제는 주로 군사군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국내 금융사들 대응전략.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고환율이 지속되는 반면, 금리인하 속도 조절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국내 금융사들의 경영 전략에 불확실성을 높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은 당초 올해 저금리 기조로 전환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와 다르게 가고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도 조달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들의 환전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창출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서지용 교수는 “지금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시장금리가 따로 가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은 올해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금조달 계획을 미뤄둔 곳들이 있는데, 가급적이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미국 현지 영업을 강화하는 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지형도가 바뀌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1600원 등으로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은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에 지점을 내거나 현지 영업을 확대하는 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