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생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활주로가 폐쇄됐다. 이 때문에 진에어 여객기 한 대가 현지에 묶여있어 영업에 나서지 못해 회사의 손실이 예상된다.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배상 책임 소재가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진에어의 구상권 행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작년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의 활주로 이탈 사고 조사와 관련, 국립생물자원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지난 17일 양쪽 엔진에서 조류의 깃털이 발견됐다. 이로써 버드 스트라이크에 의한 추력 상실이 기정 사실화 됐다.
이에 따라 엔진을 통해 전원을 공급받아왔던 블랙 박스 속 비행 기록 장치(FDR)·조종실 내 음성 기록 장치(CVR) 속 사고 직전 4분의 기록이 없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항철사조위는 감식 등 현장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 기간을 4월 18일 오전 5시까지로 대폭 늘린다고 발표했다.
관계 당국들의 이 같은 조치에 진에어가 때 아닌 피해를 보고 있다. 무안공항에 자사 737-800(등록 기호 HL8012) 여객기가 묶여있는데,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어 이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항공과 임대차(리스) 계약을 맺고 빌려온 기재로, 2015년 7월 14일 제작돼 같은 달 27일부터 현재까지 진에어가 운용해오고 있다.
리스 비용은 항공기의 △기령 △상태 △시장 수요 △계약 조건 △항공사 간 관계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영업 기밀에 해당해 정확한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10년 된 737-800 기종의 월 리스 비용은 원-달러 환율 1450원.30원을 적용했을 때 약 22만달러(3억1906만원)에서 24만달러(3억4812만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에 있는 만큼 시장 가격 대비 비교적 낮은 수준의 리스 비용이 적용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영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다달이 내야 하는 비용이어서 운항을 하지 못하면 그만큼 고스란히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된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일부터 활주로 개방이 예정된 날까지는 111일이다. 한달 30일을 기준으로 이 기간 중의 리스 비용을 계산해보면 11억8052만2000원에서 12억8804만4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공항 주기장에 비행기를 세워두는 데에 드는 '정류료'도 내야 한다. '한국공항공사 2024년 공항시설사용료 부과 기준 및 요금' 도표에 따르면 정류료는 항공기 최대 이륙 중량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주기 시간은 착륙 시간부터 이륙 시간까지 계산되며, 출발 시 국내선 또는 국제선으로 구분된다.
현재 진에어는 제주-무안, 무안-도쿄, 무안-오사카, 무안-타이베이 4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입각한 하루 정류료는 국내선 6만721원, 국제선은 9만1674원이다. 마찬가지로 폐쇄 예정 기간만큼 계산하면 정류료는 국내선 674만31원, 국제선 1017만5814원이다.
당장 진에어의 목표는 무안공항에서 HL8012를 빼오는 것이다. 진에어 측은 본지에 국토부·한국공항공사와 기재 이동에 관해 의사를 전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 2216편 사고의 기여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결론을 쉽사리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약 1년~3년 후 나올 사고 조사 보고서에 기재될 내용에 따라 진에어 영업 손실에 대한 배상의 주체가 국토부·한국공항공사 또는 사고기 항공사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에어가 구제받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책임 비율 산정이 어렵다는 점이 구상금 청구 금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와 같은 이유로 법원은 구상권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말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제반 상황을 봐가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여 현 시점에서는 거취를 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지 파견 직원들이 HL8012에 대한 일일 정비·점검 수행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