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정부에 체불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 중인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조 측의 요구에 공감대를 표하면서 기업은행의 노정 갈등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총액인건비제도를 개선하기에 앞서 시간외수당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해당 사안은 근로감독관 역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권고한 내용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도 해당 문제를 “챙겨보겠다"고 답한 만큼 정부에서도 노조 측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발로 뛰는 노조...“체불된 시간외수당이라도 달라"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류장희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달 10일 취임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기업은행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어 이달 20일에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입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은행 당기순이익이 2조7000억원인데, 직원 1인당 시간외근무 수당이 600만원씩 미지급 상태로 쌓여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표의 반응이다. 이 대표는 “지난번 철도노조(사태)도 보니, 총액인건비제 문제가 심각하더라"고 공감했다. 이 대표는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을 향해 기업은행 노조 문제를 질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문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에 대해 잘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정치권을 접촉 중인 배경에는 지난달 27일 총파업을 진행한 이후에도 정부와의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시간외수당(보상휴가)이 미지급 상태로 쌓여있는 금액이 직원 1인당 600만원, 전체 규모는 약 780억원으로 추정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명시된 법적 의무를 위반한 셈이다. 노조는 이를 100%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 중이나, 회사 측은 해마다 직원에게 쓸 수 있는 총인건비가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책은행이자 기타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처럼 매년 말 다음 연도 예산안을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올리고, 금융위가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 지침'을 준용해 예산안을 확정한다. 이로 인해 타행과 달리 특별성과급 지급도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기업은행 노조 요구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상임위 위원들은 물론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도 시간외수당 체불 문제만큼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절차 과정에서 “보상휴가 적체는 은행의 이익 규모를 봤을 때 큰 문제"라고 했으며, 기업은행 실태를 조사한 근로감독권도 “시간외수당 적체 문제에 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은행장 간담회에 '기업은행' 소환...“일할 때만 시중은행인가"
이재명 대표가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김성태 IBK기업은행을 부른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20일 간담회에는 김 행장과 함께 NH농협은행장, 신한은행장, 우리은행장, 하나은행장, KB국민은행장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은행장들과 금융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방안, 금융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업은행이 국책은행 본연의 책무인 중소기업 지원과 함께 다른 은행과 동일선상으로 글로벌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이 성과급을 받을 때 기업은행에는 시간외수당 지급은커녕 공공기관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하다가, 상생금융 등 이슈가 있을 때는 기업은행을 소환한다"며 “일할 때는 시중은행이고, 임금 줄 때는 공공기관이라고 난색을 표하는 게 말이 되나"고 말했다.
만일 기업은행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근거한 중소기업 관련 업무만 수행하도록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다른 은행과 경쟁을 하면서도 중소기업 지원에도 힘써야 하니 이러한 분란이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은행업'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 기업은행과 타협점을 마련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