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작년 말 대비 30원 넘게 하락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대로 1300원대까지 떨어질 지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부과 우려 등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정작 취임 이후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매월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온 점도 긍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공격적으로 부과할 경우 인플레이션 등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당초 예고한 것처럼 관세 폭탄을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시장이 출렁이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작년 말 1470원대...지금은 1430원대로 '뚝'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일 대비 1.9원 떨어진 1437.6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하락한 1435.0원에 개장한 뒤 1430원선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환율은 작년 말 종가 기준 1472.5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날까지 35원 하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규 관세 조치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안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의 환율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등 국내 요인보다 해외 요인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섰고, 환율이 과도하게 급등했다는 인식이 퍼진 점도 환율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
관세 폭탄시 美경제 타격...변동성은 재차 확대될 듯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공격적으로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차장은 “관세를 공격적으로 부과하면 물가가 올라 가계 구매력이 떨어지고, 수입 부품을 차단하면 기업들이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 때문에 결국 미국 경제에 부정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1기때처럼 일단 강하게 관세로 위협하고, 협상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주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경제팀이 관세에 대해 매월 세율을 조금씩 높이는 점진적 접근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집권 1기를 떠올려보면 금융시장이 트럼프 발언에 출렁이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은 재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자체가 생각보다 유연하고, 강도가 약하다는 측면에서는 다행이지만, 언제든지 그 흐름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여야 정책위의장이 이날(22일) 국회에서 만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을 논의하면서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추경은 재정수지 적자 측면에서 보면 원화 가치 상승 요인이나,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공존한다"며 “추경 규모를 봐야 알겠지만,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감도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