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에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이 서비스 시행사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페이 서비스 유료 전환을 두고 카드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서비스의 유료화를 적극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신한카드가 애플페이에 수수료를 지급할 경우 삼성페이에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카드사들이 늘어나면 업계에서 애플에 결제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삼성에도 이를 내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미다. 현재 애플은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카드에게 결제 건당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삼성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현재 애플페이 서비스 시행을 고려하는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로 알려졌다. 우리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해졌지만 이에 관해 회사 측은 사실과 관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외부적으로 단계를 밟거나 구체화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 후 수수료 지급을 수용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전자도 지난 2023년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 시기 당시 고려했던 유료화 이슈를 재점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삼성이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애플이 부과하는 것과 상이할 수 있단 관측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에서 발생하는 결제에 건당 0.15%의 수수료를 지급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 정책에 의해 관련한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이 중국에서 받는 수수료율로 알려진 0.03%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카드사는 약 5배 높은 수준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유료화로 전환될 시 수수료율이 국내·외 중 어떤 기준으로 형성될 지는 미지수다.
국내 카드사가 애플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알려진 건당 0.15%를 기준으로 볼 때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수수료는 매일 3억5000만원 가량, 연간 13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에 따라 단순 계산한 결과다. 한국은행의 '2024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휴대전화 제조사를 통한 간편지급 서비스(모바일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일평균 2373억5000만원이다.
결국 애플과 삼성 모두 간편결제에 비용을 부과하면서 수수료 없이 제공되던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전면 유료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당장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카드사들의 입장에서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가 늘어날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부분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국내에서 비자나 마스터 등 글로벌 결제사가 결합된 카드를 사용할 경우 해당 브랜드 사용 수수료와 함께 결제 인증에 쓰이는 토큰 발행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에 더해 애플페이 사용에 대한 수수료까지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분위기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타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자들로 하여금 수수료 책정 작업에 나서게 할 가능성도 있다. 간편결제시장 전반이 유료화될 경우 카드 결제 수수료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로선 난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수료 유료화가 실제로 촉발될 경우 카드사들의 비용부담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긴축경영 기조는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카드사의 본업 수익성이 현재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견되는데다 여전채 금리가 유의미하게 하락하지 않아 자금 조달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위해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와 알짜카드 단종 등에 나서고 있다.
이런 처사는 결국 소비자혜택 축소로 돌아올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사가 모두 애플페이를 지원하게 되면 간편결제 수수료 유료화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고,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메꾸기 위해 포인트 혜택을 줄여나갈 경우 이들 회사에 속한 다수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