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미국 LA 산불로 인한 손실 파장을 맞은 뒤에도 여러 암초를 만나 진땀을 빼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 인하와 실손 청구 비용 확대, 연말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조정 등의 영향을 앞두고 있어 향후 나타낼 실적 변화와 그에 따른 주가 변동에 시선이 모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DB손해보험이 전날보다 0.22% 상승한 9만1800원에 마쳤다. 주가는 한달 새 10% 가량 하락해 9만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DB손보는 지난 9일 발생한 LA 산불로 인해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될 전망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지난 9일 10만1700원의 종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쉽사리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 22일까지 총 9.93%(1만100원) 하락했다.
금융권에선 DB손보의 주가 하락을 두고 LA 산불 손실 이슈로 인해 주가가 단기 급락했으나 관련 영향은 일회성인데다 실제 손실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과도한 하락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이달 들어 DB손보가 속한 손해보험 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대규모 독감 유행으로 인한 청구액 증가로 시름하고 있다. 국내 주요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자 수준으로 돌아섰지만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아직 DB손보의 인하율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업계 흐름에 따라 최대 1%가량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4개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3.0%를 가리켜 손익분기점인 80%를 크게 웃돌고 있다. DB손보는 87.8%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독감 확산으로 보험료 과다 청구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서 이틀 안에 실손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현재 실손보험 비용 청구가 쇄도하고 있어 일부 보험사에서는 일주일 만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등 지급 지연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요소들로 DB손보는 향후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단기계약(PAA) 손익에서 큰 손실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DB손보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을 전년 대비 4%, 전분기대비 45% 하락한 2497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를 7%가량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이다. 예실차가 악화하고 계절적인 보험손익 악화가 커지면서 전분기 보다 영업이익이 44%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비급여 의료비 증가로 인한 청구액 증가, 자동차 요율 인하에 따른 실적 악화 등에 예실차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손해율 상승으로 단기계약(PAA)손익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보험손익은 계절적 부진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예실차는 예상과 실제 차이의 준말로, 보험손익 구성 항목 중 하나다. 기존 가정에 의한 이익(CSM 상각익)과 실제 이익과의 차이다.
아울러 DB손보는 신계약 경쟁 심화에 따른 사업비 지출 증가, 연말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조정도 겪으면서 CSM 잔액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최근 낮아진 주가와 투자자들의 동향에 추가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DB손보는 고배당주로 꼽히지만 법정 준비금이자 배당가능 이익에서 제외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2조6460억원에서 매 해 1조원가량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조229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4조229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밸류업 계획을 통해 주당배당금과 배당성향 우상향 정책을 견지하고 있어 배당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으로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7.1%(예상 주당배당금 6500원)로 상승할 것"이라며 “일회성 손실에 대한 우려보다 고배당, 밸류업 매력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