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임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 구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자산, 특히 부산에 위치한 사옥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직원들이 동요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25일 한진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어부산·에어서울은 지난 16일과 17일 대한항공 출신 대표이사들을 새로이 선임했다. 이들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LCC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현재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본사를 비롯한 주요 운영 기반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진에어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한항공 인재개발원을, 에어서울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를, 에어부산은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 위치한 2017년 신축 사옥을 각각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리적 분산은 통합 작업 과정에서 효율성 저하와 운영 비용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운항·객실 승무원 훈련 역시 분리 운영되고 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시설을,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시설을 빌려 사용하고 있으며 에어부산은 부산 본사 내 자체 시설을 활용 중이다. 과거 에어부산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소재 아시아나항공 본사로 교육·훈련차 승무원들을 파견했으나 물리적 거리에 따른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사옥 내 교육 시설을 확충하며 독립적인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 가운데 에어부산 사옥은 LCC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어부산 사옥은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 승무원 훈련을 포함한 다양한 항공 운영 지원 기능을 갖춘 시설이다. 이 시설을 진에어 부산 지사로 활용할 경우 진에어는 현재 서울 김포·인천공항 중심의 운영 체제를 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아울러 김해국제공항에 더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부산은 국제선 운영과 연계된 전략적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진에어가 부산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는다면 일본·중국 등 주요 근거리 아시아 국제선 노선을 확대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진에어는 2021년 2월 '진에어부산'이라는 브랜드를 특허 당국에 출원해 승인을 받은 상태로, 부산 지역 브랜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때문에 에어부산 사옥을 진에어 부산 지사로 전환하는 방안, 일부 시설만 활용하고 나머지를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진에어와 에어부산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 에어부산 부산 사옥 활용에 관한 밑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통합 작업은 규모의 경제 논리에 입각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인프라 통합 과정에서의 과제가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직원들에 대한 고용 안정성은 지켜지겠지만 에어부산 사옥 활용 향배에 따라 당장의 출·퇴근 문제가 뒤따를 것이어서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에어부산 직원들은 대번에 서울·인천·경기 지역으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산 사옥이 축소되거나 운영 기능이 줄어들면 지역 직원들은 거주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서울·인천으로 이주를 사실상 강요받거나 퇴사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지역 경제와의 연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 지역 고객들은 통합 진에어의 출범을 지역 경제 약화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진그룹의 LCC 3사 통합 작업의 성공 여부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지역 거점을 유지하면서도 전국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에 달렸다. 이 과정에서 직주 근접성에 따른 직원들 고용 안정과 지역 고객의 신뢰 확보 등 정서적 요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