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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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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요금, 정치에서 벗어나나…‘전기가스열위원회’ 설치법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31 16:14

김정호 의원, 도시가스·전기·집단에너지·정부법 개정안 발의
전기위 확대 재편 ‘전기가스열위원회’ 총리실 산하 설치 골자
에너지 간 상호연관 깊어 통합 규제 및 독립적 요금 결정 필요
다만 개정 취지에서만 설명하고, 정작 개정안에는 조항 없어
“시장원리로만 요금 결정 시 에너지 기본사용권 침해 우려”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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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배관.

전기, 가스, 열 등 에너지요금 결정을 위한 별도 독립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는 현재의 에너지요금 결정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주의 원칙에 근거해 원가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에너지요금 결정구조를 마련하자는 취지이다.


다만, 의식주와 함께 생활 필수요소로 꼽히는 에너지의 요금이 시장원리로만 책정될 경우 취약계층은 물론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층까지 에너지 사용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같은 당 의원 총 11명이 참여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번 법안은 에너지요금 결정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별도의 정부기구 설치를 제안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를 이룬다. 김 의원은 같은 내용으로 전기사업법, 정부조직법, 에너지법,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현행 에너지 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전기·가스·열 에너지 등 에너지 산업별로 별도의 법령을 통해 규제되고 있으며, 산업부 장관은 주요 인·허가 등 규제 정책에 대한 승인권한을 갖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최대 8배가량 올랐을 때, 정부는 정치권 압력으로 전기, 가스, 열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했다. 공기업인 한전과 한국가스공사가 국제 가격 인상분을 떠안으면서 천문학적인 부채로 심각한 재무부실 상태가 됐다. 소비자들은 요금이 오르지 않으니 전기와 가스를 부담없이 사용해 소비량이 더 늘어나게 됐다.


이와 반대로 유럽에서는 국제 가격을 그대로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면서 일시적 충격은 컸지만, 에너지효율이 크게 향상되고 재생에너지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국내에서는 에너지 요금에 시장가격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크게 일었고, 이번 김 의원의 발의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 LNG 발전의 수급 조정기능이 확대되는 등 에너지사업은 기존 관련 법률에서 정한 사업 범위를 넘어 수행되면서 에너지 사업자 간 이해관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에너지규제기관 오프젬(Ofgem)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에너지부처와 별도로 의회와 정치로부터 법적 독립성이 보장된 독립규제위원회 형태의 기관이 에너지 관련 요금 및 시장 감시 기능을 수행해 전기ㆍ가스ㆍ열 등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서 산업부 산하에 있는 전기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의 '전기가스열위원회'로 확대 재편하고, 정부조직법에 따른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함으로써 주요 인·허가 제도와 소비자요금 등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제안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전기가스열위원회가 에너지요금 결정구조를 갖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명시하지 않았다. 발의 취지에서만 요금결정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통합적인 에너지 규제는 당장 필요하지만, 독립적 요금결정 권한 부여 여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대해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요금 결정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규제 속에서 이뤄지다 보니 실질적 원가 반영이 미비하고, 정치권 등의 입김에 의해 제대로 된 요금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에너지 권리는 의식주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국민 기본권 중 하나로 봐야 하는데 시장원가에만 근거한 요금결정이 이뤄지도록 특정 기관을 설립하고 법으로 정하는 일은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법 개정안이 제정 및 시행되면 가스도매사업 및 합성천연가스제조사업을 하려는 자는 전기가스열위원회의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기가스열위원회는 가스도매사업자 등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업정지명령을 할 수 있으며, 사업정지명령을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전기가스열위원회는 가스공급계획이 공공의 이익 증진에 지장을 가져올 염려가 있는 경우 변경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가스도매사업자는 공급규정을 정해 전기가스열위원회의 승인 또는 변경승인을 받아야 하고, 전기가스열위원회는 공공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현저한 경우 등에는 가스사용자에 대해 도시가스 사용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전기가스열위원회는 가스배관시설을 보유한 가스도매사업자로 하여금 배관시설의 이용제공 거부 등에 대해 행위중지 명령권한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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