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에너지와 AI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02 10:58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들라고 하면 단연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일 것이다. 삼성전자와 LG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수천 개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저마다 본인들이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를 이끌어 갈 선두 주자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관련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선진국 정부들 역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주 중국의 작은 벤처기업 딥시크(DeepSeek)의 뉴스는 이제 AI의 시대가 규모에서 효율성으로 퀀텀 점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AI는 에너지 분야와는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까? 아마도 다음의 세 가지가 가장 먼저 보이는 관계일 것이다. 먼저 컴퓨팅 파워의 증가로 인한 영향이다. AI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CPU에 이은 GPU의 발달과 HBM으로 대표되는 저장장치의 발달 등 이른바 컴퓨터의 능력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AI의 발전은 컴퓨팅 파워를 보다 더 증가시킬 것이며 이제 손에 든 핸드폰의 컴퓨팅 능력이 70~80년대 수퍼컴퓨터의 능력보다 우수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석유가스 및 광물의 탐사 분야이다. 특히 물리탐사 자료의 해석 분야가 대표적이다. 깊은 바닷속 석유를 찾기 위하여 탐사용 선박을 동원하여 얻은 물리탐사 자료를 예전에는 분석용 수퍼컴퓨터가 있는 지상의 연구소에 가져와서 분석하고 다시 바다로 나가 확인하였는데, 이제는 탐사용 선박 위에서 물리탐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선박에 탑재된 소형 PC만으로 선박 위에서 자료 해석과 확인 작업을 곧바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바로 AI와 Big Data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노동력을 AI 기능을 탑재한 전자제품이 대신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현상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인 화석연료의 청정전력화와 맞물려 엄청난 규모의 발전시설과 송배전 시설의 추가 건설을 필요로 한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주요 내용이 바로 AI의 시대를 맞이하여 어떻게 더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의 생산을 늘려 전력 생산원가를 낮추고자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AI 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하여 전력 인프라의 확대 및 전력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자국산 에너지원의 생산 증대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AI는 또한 컴퓨팅 파워나 사용량의 증대 이상으로 학습을 통하여 보다 '스마트'하게 생활함을 의미한다. 이는 AI 시대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기존의 방식과는 매우 달라야 함을 말한다. 전력망 증대 및 스마트미터 보급 등의 단순한 양적인 증대가 아닌 실제로 스마트한 생산과 소비를 위한 투자와 제도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너지망을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의 제공 및 다양한 에너지 요금제의 제공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사용패턴에 적합한 요금제도와 사용 방식을 AI 기능과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로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활용하면 에너지 소비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최근 발표한 World Energy Outlook에서 냉난방을 포함한 가전제품(appliances)의 효율 증대로 인한 효과가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인한 변화보다 훨씬 크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에너지 사용기기의 개선 및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행태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가전업계는 건물과 가정의 다양한 전자제품을 AI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전력사용량이 피크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저전력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소비자와 전력사용기기 제조회사 및 건설사들이 함께 구축하는 스마트한 측정기기 및 요금제도라면 에너지 효율성의 증대는 물론 국민의 만족도도 함께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급자 역시 전력망의 부하 관리를 AI와 빅데이터를 통하여 크게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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