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프리미엄 완성차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급성장하는 차량용 OLED 시장을 통해 업계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태블릿 판매 저조·中 거센 추격 '이중고'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33.9% 감소한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들 업체의 실적 악화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판매가 저조하며, 이에 따라 IT 기기에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업체가 주도하던 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진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마트폰 OLED를 예로 들면 지난 2020년 70%p에 달하던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5.2%p로 좁혀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자국산 부품 회사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K-디스플레이 '3조원' 시장에 주목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성장이 예견된 차량용 OLED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4억8175만달러(약 6964억원) 수준이던 차량용 OLED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 21억7786만달러(약 3조148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SDV 전환 가속화에 따라 차량용 OLED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SDV에서는 웹서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데, OLED는 고화질과 넓은 시야각으로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SDV에서는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인데, OLED는 자유자재로 곡면 구현이 가능해 차량 내부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中 따라오기 힘든 영역, 초격차 기술력 강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 비중이 큰 반면 차량용 OLED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 지난해 3분기 국내 업체의 차량용 OLED 시장 합산 점유율은 74.4%다. 업계는 차량용 OLED 시장의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중국 업체가 국내 업체를 추격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미 진입한 국내 업체들이 주문을 독점하는 구조다
차량용 OLED 패널의 경우 IT용 패널 대비 가격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차량용 OLED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보고, 고객사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진화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을 구현한 콕핏 체험 데모 키트에 '와이드 OLED'를 공급했다. 와이드 OLED는 개인화된 AI 그래픽과 맞춤형 인포테인먼트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시각적 구현을 지원한다. 앞서 CES 2025에선 '리얼 블랙 HUD' 등 혁신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대시보드에 내장된 OLED가 블랙 코팅된 앞유리 하단에 주행 정보를 반사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형 OLED'를 BMW '미니'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하반기 열린 'K-디스플레이 2024'에서 선보인 '어드밴스드 씬 OLED(ATO)'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TO는 기존 유리 기판 OLED 대비 20% 얇은 두께로 날렵한 디자인, 초고화질, 합리적인 가격대를 동시에 구현한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전시회 등에서 여러 기술을 지속 선보이는 이유는 '우리의 기술력이 이 정도다'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 등 메이저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