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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 칼럼]이재명표 실용주의...급변침(急變針)우클릭의 끝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09 10:30

김병헌 전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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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 전국취재본부장

선박이나 항공기 등이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변침(變針)'이라고 한다. 변침은 각 항로마다 정해진 '변침점'에서 해야 한다. 전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가 침몰한 곳도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선박이 서로 항로를 바꾸는 이른바 변침점이었다. 사고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항로를 급격하게 바꾸는 급변침(急變針)으로 무게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쏠렸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변침점에서 세월호는 목적지인 제주로 항해할 경우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려가야 했다. 침몰당시 배가 좌현으로 급하게 기울었다는 사실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급작스런 '우클릭' 항로 변경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정부여당과 국민들도 우려스러운 눈길을 감추지 못하는 현상도 유사하게 보이는건 왜일까. 그동안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정치적 변침점이 되기도 됐던 대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계엄 사태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국면으로 대선이 조만간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선 유력후보의 행보로는 있을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는 되나 다소 즉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주창은 당내 의견수렴마저 미흡한 '급변침'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가? 이 대표의 실용주의 우클릭 행보는 당내에서부터 비명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이 대표 일극주의 체제라 내부 설득도 가능하겠지만 그 실천의 진정성 확인은 두고 볼 일이라는게 중론이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5일 '성장 전략 세미나'를 열고 '5년 내 3%대 성장' 목표를 제시하며 이 대표의 실용주의 친기업 성장론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첫시험대가 된 '반도 체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부터 삐걱거린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토론회에서 언급한 예외 조항에 대한 '분리 처리' 방안은 실용주의가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후퇴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진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 제안이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한 양보였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당시 참석한 삼성·SK·LG·현대차 등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은 누구도 이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이틀 전만 해도 재계 요구를 수용해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처럼 얘기했는데 오늘은 완전히 다른 기조의 얘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이는 근로 시간 단축의 역사에 역행하고, 민주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실용'도 아니고 '퇴행'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때와 달리 전향적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비상설특별기구인 '월급방위대'는 사측이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매각하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자녀가 두 명 이상이거나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에 소득세율을 최대 3%포인트 인하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직장인과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을 통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 MB(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연상시키는 성장 플랜"이라며 “우클릭에 치중하다가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고 비판 목소리도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실용주위 급변침 우클릭의 여정은 앞으로 더욱 험난해보인다.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중도층등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실천은 물론이고 자신부터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잦은 말바꾸기 정치 행태 및 적절치 못한 사법 리스크 대처가 소환되면서 실용주의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부분마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으로서의 실천을 중시한다. 문제 발생시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는 태도도 포함해서다. 무슨이유인지 사법리스크 대처부터 옆길로 새고 있다. 본인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증인 신청, 억지성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시간 끌기가 의심되는 행태가 발목을 잡는다.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지난 5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런 태도는 중도 외연을 넓히려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갖은 꼼수를 동원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급변침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자신의 재판도 신속한 판결을 요구해야 합리적이다. 실용주의가 사법 리스크에 매몰되면서 거짓말과 말바꾸기 등 이중적 태도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그리 높지않은 그의 정치적 신뢰도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줄수 있다.


중도층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특히 중시한다. 공자는 신뢰를 얻는 법과 관련해 “경사이신(敬事而信)하라"고 했다. 경(敬)은 사람이든 일이든 한결같이 집중하여 대하는 마음'을 뜻하는 글자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매사에 천성적 '마음가짐'은 전혀 변함없이 한결같아야 그게 경(敬)이다. 자기중심적 사상이나 생각과는 엄연히 다르다. 실용주의로 바쁘시겠지만 이 지점에 이 대표에게 이솝 우화 '양치기소년'의 가벼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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