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코젠이 창립 이래 가장 큰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금곡PF, 비피도M&A 실패로 신임을 크게 잃은 신용철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든 주주와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 그를 몰아내려 하고 있다. 오는 26일 이 전례 없는 도전이 성공한다면, 국내 경영권 분쟁사(史)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아미코젠의 격변 스토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신용철 아미코젠 회장이 코너에 몰렸다. 비피도 인수 실패 책임을 소액주주에 사실상 전가했고, 금곡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위험이 아미코젠까지 전이된 상황에서 새로운 인수희망자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져 이사회 신임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약용 특수효소 개발 기업 아미코젠은 2월 26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신용철 회장 및 박성규 사외이사 해임 안건을 상정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2-5호와 2-6호 의안으로 이우진 및 권혁준 신임 이사 선임의 안건을 이사회 제안이 아닌 주주제안 방식으로 부의했다.
그간 신 회장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사회를 통해 안건을 부의하지 않았으며, 해임 안건까지 상정됐기 때문이다. 즉, 이사회 구성원들이 신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풀이된다.
◇아미코젠 갉아먹은 비피도 M&A
지난해 9월 아미코젠은 계열사인 비피도의 지분 30%와 경영권을 15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21년 비피도 지분 30%를 601억원에 인수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과 3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매각한 것이다.
비피도는 신용철 회장이 그의 88년생 자녀를 이사에 임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계열사다.
2021년 7월 신 회장은 비피도를 한 주당 2만4500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과도한 웃돈을 지불했다고 평가받았다.
신 회장의 선택으로 지불한 과도한 웃돈은 주주들이 부담해야 했다. 2023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비피도 인수 자금 상환에 사용되었다.
유증으로 모집한 자금 중 329억은 1회차 전환사채(CB) 상환에 사용됐으며, 이는 비피도 인수를 위한 자금이었다. 신 회장은 경영상의 실책이 원인이 된 유상증자의 참여율도 30%에 그치며, “책임경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곡 PF, 신용철식 경영의 정점
아미코젠은 사업적으로 우수한 회사다. 바이오 회사 중에서도 매출이 안정적인 편이다. 2019년 이후 매년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으며,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던 배지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신용철 리스크다. 신 회장은 금곡벤처밸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장기간 공을 들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곡벤처밸리의 모회사인 테라랜드는 신용철 의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졌다.
사업 초기에는 그의 개인 자금 중심으로 운영됐다. 회사의 직접 개입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지분 중 41.6%가 담보로 활용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지자 아미코젠이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아미코젠은 그동안 금곡 PF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아미코젠은 2022년 말 기준 금곡벤처밸리에 20억2000만원을 대여하거나 부산시와 금곡 PF와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2023년부터 아미코젠은 금곡 PF 사업에 대한 입장을 변경했다. 아미코젠과 비피도는 금곡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진행하는 금곡벤처밸리의 모회사인 테라랜드에 각 30억원을 출자했다.
이로 인해 아미코젠은 금곡 PF 사업의 리스크에 노출되었으며, 바이오 산업 리스크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 리스크에도 직면하게 됐다.
◇이사회&주주연대 연합했나
아울러 주주연대와 이사회가 연합한 흔적도 보인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안건과 주주제안 안건이 함께 올라온다면 이사회 안건이 우선적으로 부의되곤 한다. 주주연대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먼저 부의하는 경우도 많으나 사측에서 어떻게든 저지하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미코젠 임시주주총회에서 2-1호 안건은 주주연대의 제안이 상정됐다. 이는 주주연대와 이사회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음을 시사한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1호 안건으로 사내 이사 소지성 선임의 건이 상정된 것은 과거 주주연대가 임시주총을 우선 소집했기 때문이나, 해당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작년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와 소액주주연대가 동의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