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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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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발표 타이밍, 왜 하필 탄핵변론 중에…“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09 12:45

산업부 1차 탐사시추 결과, 6일 윤 대통령 탄핵 변론 중 발표
국회 대리인단 경제수석에 관련 질의, 야권도 일제히 맹비난
여권, 결과 두둔하면서도 왜 하필 그때 발표하냐며 산업부 질책
전문가 “결과는 딱 파보면 알아, 4일 종료했으니 발표 준비 감안하면 그때밖에”

지난 6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관한 6차 변론 중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6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관한 6차 변론 중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산업부의 포항 앞바다 심해에서 석유가스 매장지를 찾는 동해심해 가스전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1차 탐사시추 결과 발표 타이밍을 두고 여권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헌재 탄핵심판 변론 중 발표되면서 부정적 효과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교롭게도 정치적인 일정과 맞물렸을 뿐, 그럴 수밖에 없었던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9일 자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전 브리핑을 통해 오후 16시에 동해심해 가스전사업의 1차 탐사시추 결과를 발표했다.


시추 결과 대왕고래 구조의 석유가스 매장량은 경제성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다만 석유가스가 매장되기 위한 석유시스템구조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추 시료의 정밀 분석에 대한 중간 결과는 5~6월 중에, 최종 결과는 8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더니, 이번 발표도 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 중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의 질의를 1시간여 앞두고 나왔다.


국회 측 대리인은 박 수석에게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 사안 중 하나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예산 삭감을 들었는데, (경제성 없음이 확인된)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의했다. 박 수석과 윤 대통령으로서는 할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야권은 일제히 동해심해 가스전사업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시추비면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해 GPU 최고급 사양 3000장을 살 수 있다"며 “이런 낭비를 안 했으면, 사기에 쓰지 않았으면 아마 대한민국 AI 연구자들이 1000억원 정도 들여서 GPU 최고급 사양 3000개쯤 사주면 얼마나 연구에 도움이 됐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성명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이 국정브리핑을 열어 발표한 동해 석유·가스전 탐사시추 계획,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났다"고 역시 강한 비난을 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추가 시추가 필요하다"며 정부를 두둔하면서도 왜 하필 대통령 변론기일, 그 중에서도 경제수석 질의를 앞두고 발표를 했냐며 산업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앞서 지난해 6월 3일 윤 대통령은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동해심해 가스전사업을 발표했다. 최대 140억배럴이 매장돼 있고 이는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안덕근 산업부장관은 최대 140억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그중 4분의 3은 가스, 석유는 4분의 1로 추정되며, 이는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소관부처 장관이 너무 장밋빛 전망을 발표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비상계엄을 발표하면서 원인 중 하나로 야당의 동해심해 가스전사업의 시추비 예산 삭감을 들기도 했다.


이처럼 동해심해 가스전사업은 처음부터 대통령과 정부가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고, 이로 인해 1차 탐사시추 결과 역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1차 탐사시추 결과 발표는 그 때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시추 결과는 빠르면 5~6월께 나온다고 했지만, 사실 딱 파보면 알게 돼 있다"며 “탐사시추가 공식적으로 4일에 종료됐기 때문에 빨리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정보가 샜을 것이고, 이로 인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발표 준비 등을 고려하면 6일 발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간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치적 논란에 대해 “처음부터 대통령과 정부가 논란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 사실 탐사자원량 발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석유공사 사장급에서도 발표할 사안이 아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정치가 개입해선 안되고,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시추 시료를 정밀 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추가 시추 여부 등을 결정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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