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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회사가 캐리어도 만든다…중소 가전업계 ‘非가전’서 활로 모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1 14:49

신일전자 여행용 캐리어 브랜드 론칭···휴롬·위니아 주스·김치 판매

삼성·LG ‘진입장벽’ 시장 성장 제한적인데 中 공세까지···“다양한 시도 지속”

신일전자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SAYES' 여행용 캐리어 이미지. 신일전자는 창사 66년만에 처음으로 비가전 분야에 진출했다.

▲신일전자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SAYES' 여행용 캐리어 이미지. 신일전자는 창사 66년만에 처음으로 비가전 분야에 진출했다.

국내 중소 가전 기업들이 본업 대신 '비(非)가전' 분야에 눈길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산 공세 등으로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는데 수요는 정체돼 있어 성장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이다. 기존 주력제품과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사업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선풍기 명가' 신일전자는 최근 여행용 캐리어 브랜드 'SAYES'를 공식 론칭했다. 20·24·28인치 제품을 우선 선보여 일부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이 회사가 비가전 분야에 진출한 것은 창립 66년만에 처음이다.


신일전자는 지난 2019년 사명을 '신일산업'에서 '신일전자'로 바꾸며 가전 분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주력 제품 외에 주방가전, 펫가전, 공기청정기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여행용 캐리어 시장 진출은 해외여행객이 늘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착즙기·블렌더 등을 주력으로 삼는 휴롬은 '주스키트'를 선보여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채소과일을 배합해 세척부터 손질까지 완료된 원물을 넣은 사과·샐러리 주스, ABC 주스 등을 작년부터 판매 중이다. 착즙기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비가전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휴롬이 지난해 출시한 '주스키트' 제품 이미지.

▲휴롬이 지난해 출시한 '주스키트' 제품 이미지.

김치냉장고 판매 1위 위니아는 일찍부터 계열사에서 만든 김치를 온라인샵에서 판매해왔다. '딤채' 개발 당시 설립된 김치연구소에서 직접 노하우를 개발해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했다. 다만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계열사 간 교류가 끊긴 상태다. 위니아가 새 주인을 찾게 되면 사은품 제공 및 판매를 통해 해당 분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렌탈 기업들은 이미 매트릭스 등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한 상태다. 쿠쿠홈시스 등 강소기업들도 비가전 분야 진출에 적극적이다. 매트리스를 비롯해 프라이팬, 펫 유모차, 고양이 모래, 커피 원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중소 가전업계가 비가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내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 성장이 더는 힘들어져서다. 렌털 업체 등이 관련 제품을 구독형으로 선보이고 있는데다 중국산 공세도 거세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가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위기감도 조성된 상태다. 대부분 고객들이 가전 제품을 이미 구매했다는 점에서 수요도 정체돼 있다.


신(新)가전 분야는 삼성·LG전자 탓에 진입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의류건조기, 신발관리기 등 성장 시장에 뛰어들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대기업들이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같은 새 먹거리까지 노리고 있다.


신일전자의 매출액은 2022년 2027억2899만원, 2023년 1842억9958만원, 지난해 1~3분기 1353억651만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쿠쿠홈시스 매출액은 6915억8021만원, 6766억3141만원, 5421억2358만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로 가전제품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만큼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가전 제품 출시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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