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우리의 습지, 갯벌도 소중한 자산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2 10:58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가이아(Gaia)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자연생태계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그 여파는 직・간접적으로 인간을 비롯하여 다른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흔히 우리 몸 상태를 진찰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체온 측정과 혈액검사 그리고 폐기능을 검사한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고, 사람 몸의 혈액에 해당하는 지구상의 물은 미세플라스틱 등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다. 또한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림은 개발로 인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상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게 해주는 지구의 콩팥, 습지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습지는 1970년에서 2015년 기간 동안 약 35% 감소했는데 이는 산림소실과 비교하여 3배나 빠른 속도이다. 습지의 소멸에 무관심한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이 있다. 바로 2004년 인도양 일대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재난재해이다. 당시 20만명이 넘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었는데 염습지인 맹그로브 숲이 있던 지역은 쓰나미의 위력을 맹그로브 숲이 흡수하면서 인명피해 발생을 현격하게 감소시켰다. 그런데 이토록 고마운 맹그로브 숲이 사라져 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20년 사이 발생한 맹그로브 손실의 약 43%는 양식장과 오일팜 농장 등으로의 전환에 따른 것이다. 특히 동남아지역에서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일명 '블랙타이거 새우(홍다리 얼룩새우)'를 양식하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훼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제프리 힐(Geoffrey Heal) 석좌교수는 “자연자본을 자본설비와 맞바꾼 전형적인 자연 착취"라고 꼬집었다. 습지에 대한 무관심과 단기적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습지의 파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류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맹그로브 숲 대신 우리에게는 연안습지 즉, 갯벌이 있다. 2022년 12월까지 확인된 우리나라의 갯벌 면적은 국토의 약 2.6%로 서울시의 약 4배 면적에 해당한다. 특히 신안갯벌을 비롯하여 서천갯벌, 고창갯벌, 보성・순천갯벌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이다. 갯벌은 낙지, 바지락 등 각종 수산물을 생산하고, 해양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것 외에도 지진과 해일로 인한 피해를 저감하는 등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탄소흡수원으로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한다. 갯벌은 잘피, 염생식물 등과 함께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연간 자동차 11만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해양수산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17.8조원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자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있는 갯벌은 그동안 무분별한 연안개발 등으로 인해 갯벌 훼손과 해양생태계 파괴가 진행되었었다. 그에 따라 1987년에는 3,203㎢였던 갯벌 면적이 2022년에는 2,482㎢로 22.6% 감소하였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갯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갯벌보전에 대한 국민의식도 증진되어 갯벌체험 등 해양생태관광이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갯벌은 불필요한 땅, 버려진 땅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지켜줄 소중한 곳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자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매년 2월 2일을 세계 습지의 날로 정하고 습지의 중요성을 전 세계적으로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단기적인 개발 이익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지향하며 갯벌을 보전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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