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칼럼]또다시 국민 소환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3 11:02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월 10일 이재명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국민 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 소환제란,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주민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 소환제는 선출직 지자체 단체장을 포함해 시의원, 도의원. 군의원 등을 임기 중에 소환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소환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나라를 꼽자면, 영국, 대만,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키리바티, 키르기즈스탄, 나이지리아, 에디오피아, 팔라우 정도다.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국가들 중에,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는 영국과 대만 정도다.


영국의 경우, 하원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이 가능한데, 소환 절차를 보면, 소환 원인 발생 6주 이내에 지역 유권자의 10% 이상만 소환 청구에 서명하면 국민소환이 가능하다. 투표 절차는 필요 없다. 투표가 필요 없는 이유는, 소환 대상이 형사 문제로 기소돼 실형이 확정된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즉, 범법을 저지른 의원에 대한 실형 선고가 '확정'되면 비로소 소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를 보면, 영국식 국민 소환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원들이 범법 행위로 인해 실형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민 소환제는 이런 영국식이 아니라, 해당 지역구 주민의 '일정 수'가 소환 청구를 하면 투표를 통해 소환을 결정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국민 소환제 도입 주장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민주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개헌안을 공개하며 국민 소환제 도입을 주장했고, 2020년 21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 소환제를 내세웠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이낙연 당시 후보와 이재명 당시 후보 모두 국민 소환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이런 수차례에 걸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태 국민 소환제를 입법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았었다.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자주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왜 국민 소환제는 '예외'였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실현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지역구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소환 청구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할 수 있지만, 비례 대표 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궁금하다는 점이다. 비례 의원들을 소환하겠다고 국민 투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민 소환제 도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도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말고도,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가 판치는 정치판 속에서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면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면, 국민 소환제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압도적 다수당의 국회 독주를 보면서, 국민 소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국민 소환제를 위해 개헌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그런 고민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가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다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허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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