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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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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리니지… 배그·던파·니케 인기에 실적 양극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2 15:34

엔씨소프트, 창사 첫 연간적자

리니지 매출 지속적인 감소에

신작 흥행에도 실패하며 위기

크래프톤·시프트업의 성공비결

신·구조화 수익모델 마련 절실

게임업계의 지난해 실적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똘똘한 지식재산(IP)'이 주요 기업의 희비를 엇가른 모습이다. 리니지의 부진으로 사상 첫 연간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엔씨)와 배틀그라운드(PUBG·펍지)·승리의 여신: 니케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세운 크래프톤·시프트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작의 아성을 이어갈 차기작 발굴이 업계의 장기 흥행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창사 첫 연간적자' 엔씨, 올해도 탈리니지가 관건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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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연도별 실적 요약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엔씨는 1998년 창업 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092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매출 1조5781억원·당기순이익 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56.0% 감소했다.


이같은 결과는 엔씨의 기둥 역할을 해오던 리니지 시리즈의 경쟁력 약화와 신작 흥행 실패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사업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모바일 9367억원·PC 및 온라인게임 3518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역대 최고 매출(2조5718억원)를 기록했던 2022년 대비 51.5%, 9.89%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리니지 시리즈 모바일 매출은 △리니지M 4927억원 △리니지W 2442억원으로 각각 4.6%, 74.8% 줄었다. PC·온라인게임 매출 역시 △리니지 982억원 △리니지2 854억원으로 7.98%, 9.13% 감소했다.




리니지는 오랜 기간 엔씨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2023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주요 사업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뢰도가 하락하던 시점이다. 이 때 엔씨의 연간실적은 매출 1조7798억원·영업익 1373억원·당기순이익 2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75%, 51% 줄었다.


지나친 과금 모델에 지친 이용자들이 떠난 가운데 리니지 성공 사례를 모방한 게임들이 잇따라 나오며 피로감이 커진 데 따른 현상이다. 여기에 게임 트렌드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PC·콘솔 등으로 옮겨지면서 이탈이 심화됐다.


내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송가람 엔씨 노동조합(우주정복) 지회장은 지난해 11월 분사 반대 집회에서 “내부에서도 리니지류 게임 위주 개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비리니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리니지만 만들고 싶어하는 임원들을 쳐내고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을 앉혀 웰메이드 게임을 개발, 경영 위기를 극복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엔씨는 체질 개선을 위해 배틀크러쉬·저니 오브 모나크·호연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리니지 방정식'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최대 실적' 크래프톤·시프트업, 간판 IP가 효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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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 대표 트레일러.

반면 크래프톤과 시프트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매출 2조7098억원·영업익 1조1825억원으로 전년보다 41.8%·54% 상승했다. 시프트업 또한 매출 2199억원·영업익 1486억원으로 30.4%·33.8% 증가했다. 이 기간 양사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3.6%, 68%였다.


이들의 특징은 핵심 IP의 인기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단 것이다. △PC·콘솔 플랫폼 △페이투윈(P2W) 등 BM 도입 △서브컬처·배틀로얄 등 장르 다각화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지명도가 적었던 서브컬처 등 장르로 차별화를 꾀하고, 확률형 요소를 줄인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펍지 PC 버전 무료화 및 프리미엄 콘텐츠 강화가 주효했다. 특히 펍지 인도버전(BGMI)의 트래픽·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프트업은 니케의 안정성에 스블 흥행이 더해진 모습이다. 두 작품의 연매출은 니케 1531억원, 스블 628억원으로 각각 70%, 29.6%를 차지한다.


오는 13일 실적 발표를 앞둔 넥슨 또한 연매출 4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4조1322억원·영업익 1조18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IP인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의 성과에 차기작 '퍼스트 디센던트'의 서구권 매출 확대가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직관적인 시스템 개편이, 후자는 루트슈터라는 장르로 이목을 끌었다.


핵심 IP 성과만으론 장기 성장 못해…새 IP와의 조화 방정식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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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대표 트레일러.

업계의 향후 공통 과제는 '신·구 조화' 성공 방정식을 찾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존 IP를 지속 육성하면서 신규 IP 기반 차기작 흥행을 이끄는 게 골자다.


업계에선 시프트업이 '원게임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2023년 실적의 97.7%가 니케에서 발생하는 구조였다면, 스블이 지난해 실적을 양분하기 시작하면서 추가 성장 동력이 생겼다는 것.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2개 IP는 제품수명주기(PLC) 초기 히트작으로 올해도 지역·플랫폼 확장을 통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상반기 '프로젝트 위치스' 게임성 구체화를 통해 2027년 이후의 신규 성장동력 확보 기대감 역시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역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다소 미지근한 모습인데, '원 히트 원더'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이를 위해 올해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인조이 등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가운데 다음달 28일 출시되는 인조이 성과가 중요 관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에 대해 “펍지 외 신작을 통한 개발·퍼블리싱 역량 증명 없이는 밸류에이션이 확장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규 IP 발굴 투자는 긍정적이나, 실적 가시화까지 소요될 시간이 단기 투자 매력을 낮추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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