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대내외 경제환경 초비상…국정책임자 공백상태 대응에 한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4 11:00

이강윤 정치평론가


이강윤 정치평론가

▲이강윤 정치평론가

내란 충격과 사법 처리로 두 달 넘게 국정이 사실상 스톱 상태다. 그러나 국제경제환경은 격변중이다. 미국 트럼프정권 발 관세전쟁과 이차전지-에너지-자동차산업정책 전환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연일 초비상인데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상태여서 대응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구조는 대외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에 매우 엄중한 국면이다. 정치권은 사법적 판단과 결정은 일단 사법부에 맡기고, '경제 비상대응'을 선언, 여야 불문 공동 대처하는 게 절실하다. 경제는 특히나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심리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훨씬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내란의 충격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헌재 심리가 녹화중계되면서 법정 장면도 국민들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 몇몇 장면을 점검한다.


재판정 예의와 정중함 눈길…모르쇠 답변태도는 유감


먼저 김형두 헌법재판관. 부드럽고 나즈막히 그러나 또박또박 묻는 태도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예의갖춰 질문하고 치밀하게 신문했다. 핵심만 간결하게. 물론 예단은 없이. 문형배 소장대행도 맥점을 짚는 질문으로 국민들이 헌재 심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흰 머리에 흰 눈썹이 눈에 띈 정형식 재판관은 집요함과, '칼같이 각잡힌 깐깐함' 그 자체였다. 다른 재판관들도 정중하게 극존칭으로 묻고 말했다. 증인과 참고인, 그리고 이들을 압박하거나 캐물어야 하는 양측 대리인단 변호인들도 예의갖추려 애쓰는 게 확연했다. 피소추인(윤석열)이 그렇게 공손한지, 공손할 수도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재판정의 이런 정중함과 격조는 헌재여서 그런 건지, 헌재만 그런 건지 긍금했다. TV 녹화중계를 의식해 예의를 차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건 일반 민‧형사 법정과는 사뭇 다른 상호 정중함이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는 이렇게 정중한 가운데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신문이 진행됐지만, 실망스러운 대목도 있었다.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답변이 제한됩니다"라는 비문법적 한국어를 계속 되뇌며 묵비로 일관하는 사령관들과, “계엄이 겨우 두 시간 만에 끝났고, 피해도 없었으니 내란은 더더욱 아니"라는 피소추인의 변명과 책임떠넘기기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홍장원 증인-정형식재판관 신문 때 긴장 최고조…尹도 가세


양측 소송대리인(변호인)보다 더 치밀하고 논리적이며, 발음과 문장도 똑 부러진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증인도 시선을 모았다. 등허리를 직각으로 세워 꼿꼿하게 앉아 AI급 기억력과 빈 틈 없는 논리로 대통령측 추궁에 대응해 화제가 됐고, 피소추인(윤석열)이 직접 나서 홍장원 증언을 공박하기까지 했다. 홍장원 증인을 보고있자니, 다리미질 자국이 칼같이 서있는 제복의 바지가 연상됐다.


홍 증인이 정형식 재판관과 벌인 국어사전급 설전은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결론은 조금 김이 빠졌다. “방첩사령관의 이재명 한동훈 등 14~16인에 대한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요청인데 왜 '지원' 두 글자를 빼고 메모했느냐"는 정 재판관의 추궁은 집요했다. 그러나 번짓수가 조금 빗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자구(字句) 천착이 지나쳐 활자에 매몰된 훈고학자같달까. '지원이라는 두 글자가 대통령 탄핵여부를 가를 만큼 중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의 긴장은 결국 홍장원 증인이 '네…그 말씀이 옳으십니다'라는 듯, “급박했더라도 메모를 엄밀하고 정확하게 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서야 비로소 국어논전은 끝났다.


각 당 경제대응방안이 수권능력 테스트이자 국민들 채점포인트


헌법재판소가 엄정하면서도 신속한 결론을 내려, 나라와 국민이 비상계엄내란의 충격을 “싹 다 정리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경제 쪽에서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보이는 '국정 겨울잠' 상태가 두 달 넘게 지속중인데, 문제는 앞으로도 최소 석 달은 더 갈 것 같다는 점이다. 여야의 각성과 공동 대응을 촉구한다. 그게 수권 능력 테스트이자 국민들의 채점 포인트라는 것을 각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걱정인 것은,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조기 대선에서 어느 정파가 승리하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금같은 정치적 내전상태가 완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진영 대결의 정점 구간에서 장기 교착상태이기 때문이다. 서부지법난동 등 극우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극우 시위대의 인권위 점거 등 곳곳에 불안 사태가 지속중이다.


서울 북촌 가회동 헌법재판소 마당에는 흰 소나무, 백송(白松)이 한 그루 있다. 백송은 기상과 고절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진다. 심각하게 훼손될 뻔한 민주공화국의 정체와 기상을 다시 세우는 명징한 결정문이 헌재에서 곧 낭독되기를 기대한다. 비상계엄령 발동 이후, 나라와 국민의 일상이 신진대사를 최소화하며 겨우 생명현상만 유지하는 겨울잠과 흡사하다. 겨울잠에서 깨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곧 봄이다. 새로운 봄을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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