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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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우리는 AI 기반 추천 알고리듬을 통해 개인화된 뉴스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콘텐츠 모더레이션 과정은 점차 사람에서 AI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정보를 접하고 비교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즉각 답을 내놓고, 온라인 쇼핑몰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먼저 제안해 준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놓치고 있는 점은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질문이 소멸되면 사고가 정체되고 선택의 폭도 제한된다. 일부 디스토피아적 상상 속에는 사람들이 의문을 품지 못하도록 통제되거나 쾌락에 빠져들게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결과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모호해지듯, 현실에서도 우리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이 정보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같은 물음은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선택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
질문이 단순한 호기심 해소에 그치지 않고 사고를 심화하는 이유는, 학습 자체가 '물음표'에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난다는 통찰과 맞닿아 있다. “왜?"라는 물음을 던질 때 원인을 찾게 되고, “어떻게?"라는 질문을 통해 방법을 모색하게 되며, “그래서?"라는 의문을 통해 결과를 정리하고 행동으로 옮길 계기를 마련한다. 이렇듯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사고의 동력을 확보해 주며, 그 과정에서 창의성, 지적 호기심,그리고 비판적 사고가 함께 자라난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AI 활용과 질문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대다수가 AI를 도입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현재,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들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AI 도입 전 필수적인 질문으로 “이 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ROI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가?" 그리고 AI 운영시 검증 질문으로 “알고리즘의 판단 기준은 투명한가?",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는가?",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들이다.
질문은 이제 인간만의 소통방식이 아니다. AI와의 소통도 결국 질문에서 비롯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은 AI에게 보다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예산을 20% 절감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 달라"는 식으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면 훨씬 더 정밀한 결과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즉,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어떤 답을 얻느냐를 결정한다." 이는 AI 시대의 핵심이 기술자체라기 보다는 질문을 다루는 방식이며, 질문하는 능력이 AI시대의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점점 더 많은 영역을 자동화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만약 질문 자체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기술의 편의에 휩쓸려 핵심 가치를 놓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역할은 옳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크고 작은 혁신이나 변혁은 언제나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기존 관행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새로운 해결책이 모색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질문은 계속해야 된다. “내가 접하는 정보는 어떻게 선택된 것인가?"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AI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편향되었는지,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를 살펴볼 수 있다. “AI가 내린 이 결정은 어떤 기준을 따랐는가?"라고 질문하면, AI 시스템이 활용한 데이터의 출처와 분석 방식에 대해 검토할 기회를 얻는다. 또한, “기존의 방식이 정말 최선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때,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놀랍게도 이러한 질문들이 쌓이면서, AI 기술은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춘 사회적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비판적으로 AI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대신,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검토할 때, 우리는 데이터의 편향을 줄이고, 더 나은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며, 궁극적으로 인간 중심의 AI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AI에게는 물론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자. 이때 생겨나는 다양한 물음들은 2025년 2월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여러 색과 무늬가 어우러진 하나의 타피스트리(Tapestry)로 직조해낼 것이다. 이 타피스트리는 우리가 어떤 고민을 나누었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성찰하고 성장했는지를 머지않아 선명하게 기록해 줄 것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우리는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가치와 목적을 따르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