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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고준위법 소위 통과, 급한 불 껐지만 계속운전은 불투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8 13:38

고준위법, 수명연장 반대하는 김성환 의원안 골자로 소위 통과

부지 내 저장시설 저장용량이 설계수명 예측 양 초과 안돼 규정

대통령실 수명연장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겠다고 했으나 무산

원전업계 “향후 발생 예측량 계산하면 계속 운전 10년도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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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착공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케이(K)-원전 발전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며 국회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다만 원전업계에서는 이대로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현 정부와 업계의 숙원이던 원전의 수명연장(계속 운전)이 불투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포화가 임박한 원전들의 저장시설 건설과 장기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 해결은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원전의 장기적 운전에는 큰 제약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추진 계속운전 허가 연장 사실상 무산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고준위 특별법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위 특별법은 기본적으로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의 중간 및 영구 저장시설 구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관한 내용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에는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이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전의 수명연장을 전제로 저장시설 용량을 정하자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정국은 물론 여소야대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포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통과가 시급한 현실과 맞물려 여당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부터 줄곧 “원전 확대 일변도인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기에,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은 원전의 당초 설계수명 이내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한 원전 전문가는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저장량과 향후 발생 예측량을 계산하면 원전의 계속운전은 10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로 원전의 장기적 운전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소야대 국면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상황이 바뀌기 어려운 만큼 수명연장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다"며 “기존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로 인한 가동중단을 막고 신규 원전을 확보한 것이 그나마 성과"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 전이던 지난해 11월 원전 계속운전 허가 단위를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정 주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로 사실상 원전 계속운전 허가연장 방안은 무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포화 임박 월성원전 부지 내 건석 저장시설, 장기적 폐기물처분장은 추진 가능

이번 법안 통과로 당장 2030년 임시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한 원전들의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건설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습식 저장조가 포화되는 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의 포화가 임박해 저장 시설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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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용후핵연료 습식 저장시설. 원자력환경공단

현재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한빛원전 78.7%, 한울원전 76.3%, 고리원전 87.6%, 월성원전 76% (중수로 건식저장시설 포함)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은 한빛원전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습식저장조의 포화 이전에 각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할 계획을 추진해왔다.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은 포화 임박 예상 시점인 2030년 전까지 완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법안은 그동안 미비했던 고준위폐기물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고준위폐기물 처분 사업을 추진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구를 설립과 처분장 후보지 선정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수 조건이 될 예정이다. 아울러 후보지 선정은 과학적·기술적 기준에 따라 진행되며,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폐기물 처분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원자력발전소 운영 기업의 부담금으로 조성된다. 재정 운영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국회와 감사원의 감독을 받는다.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을 위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처분장 운영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변 지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다. 아울러 고준위폐기물 관리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의 건설부터 운영, 폐쇄 후 관리까지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 처분장 폐쇄 후에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이번 고준위 특별법 통과로 고준위폐기물 관리 문제에 대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원전의 장기적 운전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게 됐다"며 “원전의 수명연장과 계속운전 허가 연장 문제는 향후에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원전 업계와 정부는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고준위폐기물 관리와 원전 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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