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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백화점은 단순히 많은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실상 수백 개의 전문 부티크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거대한 복합 상업 공간이다. 상품이 귀하던 시절, 백화점은 압도적인 쇼핑 환경과 편리함의 상징이었으며, 백화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과 신뢰를 보장하는 새로운 유통 포맷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백화점 또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백화점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혁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늘날 소비자가 쇼핑에서 얻는 가치는 크게 실용가치와 경험가치로 나뉜다. 실용가치는 상품 구매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의미하며, 이는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영역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비교하고,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실용가치를 내세워 경쟁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경험가치는 구매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적 만족, 즐거움, 그리고 체험의 즐거움을 포함한다. 경험가치는 온라인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며, 오프라인 유통이 앞으로도 주력해야 할 방향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쇼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거나 감각적 자극을 느끼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유통은 어떤 방식으로 경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레저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레저산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이 레저 활동에 참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물건을 구매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단순히 소비 행위를 넘어,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화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서비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 응대, 공간 구성, 편의시설 운영 등 서비스 역량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백화점이 이러한 서비스 경험을 레저산업에 접목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내부에 테마파크, 예술 전시 공간, 요리 교실, 혹은 웰니스 센터와 같은 경험 중심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목적지'로 백화점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경험 중심의 변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는 테마파크와 쇼핑 공간을 결합한 성공적인 예다. 이곳은 단순히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과 추억을 제공한다. 쇼핑몰 안에 대규모 놀이공원과 수족관, 공연장 등을 결합하여 방문객들에게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백화점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스타필드 는 쇼핑뿐만 아니라 영화, 서점, 카페, 체육 시설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문화와 여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은 여전히 전통적인 판매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백화점이 쇼핑에 레저산업을 접목하는 것을 본격화한다면, 이는 기존 쇼핑 경험을 확장하고, 고객에게 물리적 상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백화점의 미래는 쇼핑 공간의 혁신에 달려 있다. 상품 진열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