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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롯데손해보험 ‘건전성 리스크’ 확대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8 17:45

무저해지 가정에 지난해 실적 악화
당국 수시검사 결과에 긴장감↑

경영실태평가·EOD 조항도 ‘복병’
후순위채 발행 실패 후 브리지론 매각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272억원을 나타냈다.

롯데손해보험이 지난 2023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추진 중인 매각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는 듯 했지만 올 들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경영상 부실을 표적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는데다, 지급여력비율의 추가 하락 시 주식담보대출 상환 요구도 나타날 수 있어 위기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작년 연간 순이익 털썩…무·저해지 가정 적용 충격파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272억원을 나타냈다. 새로운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4분기들어 1000억원 수준의 순익감소가 나타난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선 롯데손보가 당국의 가이드 적용 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킥스는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단 예상이 나왔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2023년 연간 영업이익으로 3973억원, 순이익으로 3016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나타내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손보가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로 영업 전략을 전환한 결과 중장기적 수익성을 노린 경영 전략에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같은 해 9월 말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208.4%까지 끌어올려 매각 작업에 한층 속도를 올리게 됐단 해석도 이어졌다.


이번 성적으로 인해 시장에선 롯데손보가 2023년 당시 다소 낙관적인 방향으로 가정을 적용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4분기 중 순익감소 효과는 제도에 따른 일회성·일시적 요인이긴 하지만 동일하게 제도를 적용한 타사의 하락 수준과 비교해 충격 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에 지난 5일 착수한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롯데손보 경영진과 면담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롯데손보는 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가정에 대해 '원칙 모형'을 따르지도 않았다. 이미 지난해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이 하락 중인 상황에서 '원칙 모형'을 적용한다면 킥스비율이 100%를 하회할 것이란 예견도 있었다. 롯데손보 킥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9.3%까지 낮아져 권고 기준인 150%에 근접한 상태다. 롯데손보는 '예외 모형'을 적용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국이 예외 모형 적용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데다 현재 검사에 나서 롯데손보의 건전성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어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에 지난 5일 착수한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롯데손보 경영진과 면담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검사 중 담당 임원, 경영진과 면담까지 이어진 건 이례적이다. 롯데손보가 최종 확정 실적에서 가정을 원칙 모형으로 변경한다면 실제 순익과 킥스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킥스 추가 하락 '발등의 불'…건전성 부담 조여오고 도처에 복병도

만일 원칙 모형으로 변경해 킥스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롯데손보로선 각종 곤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앞서 진행한 정기검사의 점검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는 당국으로부터 좋지 않은 경영실태평가(RAAS)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다. 평가 결과 4등급 이하를 받으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분류됨에 따라 강력한 경영개선권고가 내려질 수 있다.


자본 관리에 있어 또 다른 복병도 발생할 수 있다. 킥스비율이 125% 이하로 하락하면 대주주인 빅튜라가 롯데손보 지분을 담보로 받은 주식담보대출(주식근질권설정)에 대한 원리금 상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는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에 따른 것으로, 담보인 롯데손보 주식에 따라 채권자들이 조달 자금에 대한 원리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롯데손보는 최근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건전성을 확충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롯데손보는 이달 진행한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이 미달됨으로써 지난 5일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철회했다.


롯데손보가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 고급 주거시설 '더팰리스73' 브리지론에 대해 할인 매각에 나설수밖에 없었던 것도 건전성 이슈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최근 더팰리스73 개발사업의 선순위 브리지론 대출금 1000억원을 7% 할인 매각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건전성 이슈를 방어한 것이란 해석이다. 부동산PF 매각으로 요구자본을 줄이면 킥스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당국이 지난해 2월에도 롯데손보를 대상으로 대체투자리스크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대체투자 관련 '스트레스테스트'(손실 가능금액 측정)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던 만큼 할인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은 본PF 전환에 실패하면서 시행사가 대출 원금을 갚지 못해 손실 위기에 처했다. 당국의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르면 더팰리스73은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롯데손보를 포함한 대주단의 충당금도 적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롯데손보가 매각을 위해 몸값을 띄워야 하는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당국의 조치나 새로 유발될 수 있는 문제들을 막기 위한 건전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예외 모형을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통첩을 날렸기에 롯데손보가 최후까지 예외 모형 적용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실적 하락도 건전성 방어와 당국의 원칙모형 적용 압박 등 사이에서 해지율 가정 적용에 대한 손실을 피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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