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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정부가 '악성 미분양' 3000호 매입 등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매입 규모가 작고, 정작 소비를 움직일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직접 매입해 공공 임대로 활용한다.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CR리츠를 출시하고 디딤돌 대출 우대 금리도 신설한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확대에도 나선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3.8%) 초과를 허용하고 금융기관이 지방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조속한 공사비 현실화, 최대 5조원 규모 유동성 지원, 중소·중견 등 건설사 대상 8조원(대출 4조원, 보증 4조원) 공급 등의 대책도 내놨다. '책임준공' 규제 완화, 개발부담금 감면 등과 함께 △부산진역~부산역 △대전조차장 △초지역~중앙역 등 철도 지하화 3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용인 반도체 산단 상반기 보상 착수 및 도로 공사 발주 등도 포함됐다.
문제는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등으로 싸늘하게 식은 지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요구해 온 금융·세제 지원이 빠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유예, 준공후 미분양은 물론 지방 미분양 전체에 대한 취득세 중과제 배제 또는 50% 감면, 5년 내 매도시에도 양도세 100% 감면 등의 지원책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3단계 DSR 유예 또는 수도권·지방간 차등 적용 등을 제외했다. 다만 “지방 건설 경기의 상황을 봐가면서 4~5월 DSR 적용의 구체적인 범위·비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을 뿐이다. 지난해 이미 신혼부부 대출 등으로 가계 부채 문제가 심화된 상황에서 금융 지원 확대를 선택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제 혜택도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달 1·10 대책 등을 통해 1가구 1주택 특례, 주택 수 제외 등 지방 미분양 매입에 세제 혜택을 부여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지방의 인구 소멸이나 양극화 등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
건설업계에선 악성 미분양이 1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공공매입하겠다는 물량도 전체 악성미분양 물량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하며, 2010년 7000여가구보다 적다"면서서 “소비자들을 주택 구매로 이끌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이 없다면 '앙꼬없는 찐빵'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7만7173가구이며 이중 악성 미분양은 2만 1480가구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2만312가구이후 10년5개월만의 일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악성 미분양 공공 매입임대 활용 등 일부 정책들은 지방 건설 경기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5만 호를 넘긴 지방 미분양 적체 외에도 인구 감소, 고령화, 공가 및 주택 수요 부재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지방 주택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출 규제 완화도 좋지만 세제(양도세 5년 감면이나 취득세 완화 등)나 지방 생활 인프라 등 시장이 생각하는 그 이상을 내놓아야 반응이 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가적 균형발전도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대출관리와 PF관리감독 강화 등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책임준공, 부담금 감면, 정비활성화, 보증확대, PF 자기자본 확충 등은 모두 기존의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이고 완화시 사업성 개선으로 반영되는 사안이므로 향후 실효성이 있는 구체 방안이 제시돼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