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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에어컨의 주력 제품 '디오퍼스 플러스' 이미지.
국내 에어컨 소매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삼성·LG전자가 벌써부터 신제품을 내놓으며 여름 준비에 나선 가운데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기술력을 끌어올려 새로운 형태 제품을 준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캐리어에어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2025 루키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이달부터 경기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달에는 자사 인스타그램에서 '덕담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벤트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 활동을 수행한 이들 중 일부를 뽑아 신세계 상품권을 경품으로 줬다. 또 '월간캐리어'라는 온라인을 통해 회사 제품과 기술력 등을 주기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파세코가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제습에어컨' 이미지.
파세코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제습 에어컨'을 내놓으며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창문형 에어컨을 앞세워 왔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삼성·LG전자도 경쟁 제품을 내놔 성장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파세코 신제품 특징은 설치를 할 필요가 없는 '이동형 에어컨'이라는 점이다. 각 방에 냉방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제습·냉풍 기능도 장착했다. 파세코는 신제품 가격을 기존 창문형 에어컨 대비 낮게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신일전자는 제품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다양한 크기·가격대 라인업을 선보이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모객에도 열중하고 있다. 창문·이동형 에어컨을 팔며 '선풍기 명가'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도 병행 중이다.
중소 에어컨 업체들이 이처럼 안간힘을 쓰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삼성·LG전자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소매용 분야에서 양사 점유율은 80~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들 사이 격차는 10%포인트(p) 이내일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GfK는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4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를 토대로 '에어컨 1위'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자 LG전자는 '베스트샵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정식 항의하기도 했다.
'빅2' 업체는 신제품 출시와 홍보 방식을 두고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에어컨 신제품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를 선보였다. 무풍 기능은 물론 '쾌적제습' 같은 신기술을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음성비서 '빅스비(Bixby)'와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인공지능(AI) 기술 등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6일까지 제품을 사전계약하는 고객에게 10만원 상당 상품권 혜택도 줄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달 14일 '2025년형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과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를 출시했다. 음성인식, 바람, 홈모니터링, 열교환기 세척 등 AI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LG전자 역시 다음달 31일까지 에어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25만원 캐시백을 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캐리어에어컨, 파세코, 신일전자 등 중소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LG전자가 AI 기능 등을 추가하며 프리미엄 제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보급형 분야에서는 중소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