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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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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글로벌스탠더드 위배···기업가치 오히려 훼손 가능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9 14:00

한경협, 역대 상사법학회장 초청 상법개정 좌담회 개최

한경협 로고

▲한경협 로고

역대 한국상사법학회 회장들이 상법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개정안이 글로벌스탠더드를 위배하는데다 각종 부작용이 상당한 만큼 기업가치를 오히려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9일 서울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역대 한국상사법학회장과 전문가를 초청해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상사법학회는 1957년 창립한 상사법(商事法) 분야 가장 오래된 학회다.


국회에서는 이사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상법 개정에 신중할 것을 수 차례 호소했지만 이런 경제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외면받고 있다"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사들은 불만을 가진 주주로부터 소송과 고발에 시달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국내외 투기자본에 노출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일 소중한 자금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지분 매입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주주권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이사의 역할이나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수없이 많은 결의를 하는데, 이런 통상적인 이사회 결의에 매번 모든 주주 이익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수차례 법 개정이 있었지만, 상법이 개정됐다고 주가가 오른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사가 개별주주와 직접 거래하거나 별도의 추가계약이 있거나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등 사기행위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주 일반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확립된 판례이자 입법"이라고 짚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하다고 해서 그 원인을 상법에서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법개정은 주가를 끌어 올리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기업 가치만 깎아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 영업이익, 매출 등의 펀더멘털과 이에 대한 예측에 연동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햇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됐다. 최 교수는 “멕시코·칠레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고, 일본도 과거 집중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주주 간 파벌싸움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1974년 이를 회사 자율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의결권을 3%만 허용하는데, 이러한 의결권 제한 역시 해외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며 “헌법에서 보호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원래 경영권 분쟁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 회사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공격 수단이 더 늘어나게 되면서 지배구조가 안정된 대규모 상장회사도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상법 개정 이슈를 소수주주권 강화나 지배주주-소액주주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현실은 악성 펀드들의 '단기 차익 거두기용' 수단으로 상법을 변질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소수주주 보호라는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상법 개정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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