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20일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64회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류진 체제'를 2년 더 이어가기로 하면서 향후 대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경제계 '맏형'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통상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세력을 불려나가고 있는 한경협의 어깨도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한경협은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제64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류진 회장을 제40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또 올해 사업 목표를 'Leading The Way, Growing Together'로 설정하고 △성장동력 확충 △트럼프 2기 대응 △민생경제 회복을 3대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기업이미지(CI)도 변경했다.
재계 관심사는 류 회장이 국내 대표적인 '미국통'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자동차 관세 25%, 반도체·의약품 장벽 등을 예고하며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만큼 우리 경제계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내외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 여건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못하다"며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년 동안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기업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류 회장은 조만간 방미사절단을 꾸릴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 및 현지 기업들과 교류할 사절단은 이르면 다음달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한경협이 '옛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전경련은 한때 회원사가 600개에 이르렀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들이 대거 탈퇴하며 위기를 맞았다. 류 회장은 2023년 제39대 회장 자리에 오르며 전경련 간판을 '한경협'으로 바꿔달았다.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KT, 카카오, 네이버, 두나무, 메가존클라우드, 한국IBM 등 주요 IT·테크 기업들이 회원사로 신규 가입했다. SK하이닉스, 포스코, 고려아연 등을 포함하면 46곳의 가입이 확정됐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전환(DX)과 AI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거 합류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한경협 회원사는 조만간 500개가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작년부터 4대그룹이 회비를 내며 복귀하면서 '재계 맏형'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한경협이 새롭게 선보인 CI에도 '위기의식'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새 CI의 파란색은 우리 경제계가 개척해야 할 글로벌 시장과 창의·신뢰를 상징한다. 초록색 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구촌을 아우르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역할이라는 의미를 품었다.
한경협 관계자는 “더 젊고 유연한 사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과 함께 희망찬 내일을 열어가는 역동적인 단체가 되도록 매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