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우 유통중기부장(부국장)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일방주의 통상 압박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통상관계에서 무역 당사국간 호혜주의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트럼프의 독단적인 관세 정책에 주요 대미수출국들이 당황해하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약 184조 원)로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 약 1206조 원)의 18.7%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국부(國富) 핵심 창출원인 수출의 5분의 1가량이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더욱이 수출을 이끌고 있는 품목은 △반도체(2024년 1419억달러) △자동차(708억달러) △IT(반도체 제외, 446억달러) △선박(256억달러) △의약바이오(151억달러)로, 바로 트럼프가 관세 인상을 예고한 철강·반도체·의약바이오 품목들이다.
대한민국호(號) 수출선단을 이끄는 이들 주요 품목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10~25% 수입관세를 매길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8~14%, 금액으로 55억~93억달러 감소(산업연구원 분석)하고, 총수출액도 전년대비 1.9% 감소(한국무역협회 보고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보호주의 통상정책이 단순히 수출액의 감소라는 부정적 리스크를 넘어 자칫 해당 품목과 직결된 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파괴시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관련 산업의 수출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심각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산업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20%를 적용할 경우 대미 수출액이 8% 줄어들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반도체의 대미수출 감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반도체 관련 중견·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국내 반도체산업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약 90% 이르며, 주로 부품 및 소재 공급, 설계 및 제조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 수출액 1151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제조용장비와 반도체가 중소기업 수출 10대 품목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국발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비단 반도체산업뿐 아니라 국내 주요 제조산업 전반에 '거센 폭풍'이 강타할 것이다. 자금과 조직, 전문인력 등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피해 강도는 더 클 것이 자명하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전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범부처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제대응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정치권도 가뜩이나 고환율,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美관세 악재로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와 보조를 맞춰 그 어느 때보다 현장 방문과 금융 지원, 대·중소기업 상생을 돌보는 '기업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