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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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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e+ 삶의 질] 지방간·비만·고혈압·당뇨…40~50대 암사망 1위 ‘간암’ 재촉하는 저승사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3 16:17

남성이 2.5배 많아, 40·50대 암 사망률 1위

지방간·대사증후군…간암 발병률 크게 높여

B형·C형 간염 예방·치료해 간경화·간암 차단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속된 음주로 만성 간질환이 심해져 복부에 복수가 차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서울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속된 음주로 만성 간질환이 심해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암 발생 7위, 암 사망률 2위, 40·50대 암 사망률 1위, 암환자 20명 중 1명, 남성이 여성의 2.5배, 5년 상대생존율 39%…. 국내 간암 질환의 현주소이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1년 동안 28만 2047 3명 중 간암은 5.3%인 1만 4913명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1만 974명, 여성이 3939명으로 남자에서 더 큰 문제가 되는 암이다.


간암의 원인은 간염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상습적인 음주나 과음 또한 간암을 유발하는 원흉이다. 간염이 간병변(간경화)을 낳고 간경변은 간암으로 상당 부분 이어진다. 국내 간경변 환자의 70∼80%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10∼15%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알코올 과다섭취와 지방간을 비롯한 비알코올성 간질환도 간암과 무관치 않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최근에는 지방간이 간암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지목되고 있다. 23일 대한간암학회(회장 김경식·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에 따르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을 앓는 사람은 앓지 않는 사람보다 간암 연간발생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간암은 건강한 간에 간염이 만성적으로 발생하면서 조직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을 보였다가, 더 악화하며 유발한다. 그런데 대사이상 지방간으로 간암이 유발된 환자는 간경변증 없이 간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54.7%로 높았다. 중간 단계를 건너 뛰고 빠르게 암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이 간암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압 △당뇨 △고중성지방혈증 △혈청 내 고밀도지질단백질 수치가 각각 경계치에 있으면서 3개 이상에 해당할 때를 말한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 분석 결과, 대사증후군 환자는 일반인보다 간암 발병률이 81% 높았다.


간암학회 이동현 기획위원(서울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이 있을 때 간암 위험이 적게는 31%에서 많게는 108%까지 증가한다"면서 “특히 당뇨가 미치는 영향이 크고,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 중 여러 개가 있을수록 간암 발병 위험은 더 커진다"고 밝혔다.


김경식 대한간암학회 회장이 최근 열린 '간암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간암학회

▲김경식 대한간암학회 회장이 최근 열린 '간암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간암학회

생존율 낮은 진행성 간암도 '맞춤형 치료' 통해 완치 가능성

간암학회는 지방간 등 대사이상 간질환자거나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조기 간암 발견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사받는 걸 권장한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조기 발견이 완치에 결정적인 결과를 주기 때문이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국소진행이나 원격전이 등 진행성 간암의 5년 생존율은 3.5%∼25.4%에 불과하다. 간암이 진행될 경우 다른 암보다 치료가 어려운 것이 생존율 저하를 초래한다. 하지만 진행성 간암이라도 환자에게 맞는 다양한 치료법을 찾는다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이와 관련된 임상 사례를 소개했다.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였던 50대 남성 A씨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지내던 중 정기적인 외래 검진에서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받았다. 이미 간문맥까지 종양이 깊숙이 침범하였으며, 간 내 종양의 범위가 넓은 진행성 간암이었다. 다행히 타 장기로의 전이는 없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간동맥 항암화학주입술을 시행했다.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여 간동맥을 통해 간암에 직접 고농도 항암제를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8차례 간동맥 항암주입요법 후, 13㎝였던 종양과 문맥 혈관에 침범한 암세포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다학제 협진 결과 간이식이 결정되었고, 다행히 환자의 아들이 공여자로 적합하였다. 환자는 간이식 수술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원발성 간암의 90%를 차지하는 간세포암종은 만성 간 질환에서부터 발생한다. 간세포암종의 치료에서 전신 치료의 비중은 50∼60%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조기 발견이 흔하지 않고, 수술적 절제나 국소 치료 이후의 재발률이나 진행률이 높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간암의 치료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이처럼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체중 감소, 통증, 식욕부진, 복수 등의 증상이 생긴 이후 병원을 찾고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다양한 임상 시험의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 1차 치료로 건강보험 급여 처방이 가능해진 면역 기반 항암요법인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의 병용 요법을 사용할 때, 약 19개월의 생존 기간 중앙값을 보였다.


간암 치료법의 하나인 생체 간이식 모식도. 출처=국가건강정보포털

▲간암 치료법의 하나인 생체 간이식 모식도. 출처=국가건강정보포털

다학제 진료…항암요법·색전술·간이식 등 다양하게 적용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병원에서 진행성 간암 환자의 병용 요법과 1차 항암 치료법인 렌바티닙을 비교한 국내 첫 대규모 다기관 임상연구 결과, 전반적으로 면역기반 항암요법의 생존율이 표적치료제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특히 면역항암제 치료는 간 기능 보존에 유리해서 표적치료제보다 장기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면역 기반 치료가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잡게 되면서 현재 많은 병원에서 진행성 간암환자에게 면역 기반 항암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반응률이 약 30%에 불과해 환자의 장기생존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성 교수는 “면역기반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면역 기반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는 진행성 간암 환자 중 다행히 간 기능이 보존된 환자들은 다학제진료를 간동맥항암주입술, 경구표적항암제, 외부방사선조사, 간동맥방사선색전술 및 세포치료 임상시험 등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간암의 크기, 위치, 개수 및 조직검사 결과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간동맥항암주입술은 진행성 간암의 고전적인 치료법으로,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트를 통해 간동맥에 직접 주입해 간암에 고용량의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간동맥항암화학주입술 또한 최근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진행성 간암에서 약 40%에 이르는 반응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포 기반 면역 치료는 혈액암에서 큰 성공을 거둔 치료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혈액암을 넘어 간암 등의 고형 종양에도 최근 많은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확실한 치료법인 간암 절제 수술은 간경화가 심하지 않고 간암의 크기가 5∼6㎝ 미만일 때 효과적이다. 간 절제술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다. 간암의 암 크기에 따라 수술을 결정하며, 뇌사자의 간 전체를 이식 받거나, 간의 일부를 떼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으로 나뉜다.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도 초기 치료가 잘 되면 간이식이 가능한 단계까지 병기를 낮출 수 있고, 이어 간이식까지 진행되면 완치의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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