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ESG와 2기 트럼프 정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3 10:40

이재광 이에스지모네타 대표/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이재광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은 글로벌 무역과 기업 경영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ESG 정책은 여러 부문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ESG 지형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2024년 한국의 수출은 6,838억불로 주요 수출지역은 중국(19.5%), 미국(18.7%), ASEAN(16.7%), EU(10.3%) 순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ASEAN, 중동, 인도의 ESG 정책 변화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을 알아보자.


먼저 요즘 이슈가 많은 미국이다. 2기 트럼프 정권의 ESG 정책은 1기 때와 유사하게 반(反) ESG 기조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새 정부가 2025년 출범한 이후 시행한 ESG 정책의 변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파리기후협약 탈퇴, 2.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철회, 3. 환경 규제 완화 및 화석연료 산업 지원, 4. 민간 부문의 DEI 프로그램 규제 강화, 5. 기후 관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금 지급 중단, 6.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 철회 등이다. 우리 수출의 18.7%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ESG 정책에 대한 변화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게 수출선 다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우리 수출의 가장 많은 비중(19.5%)을 차지하는 중국은 ESG에 적극적이다. 2024년 12월, '기업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의 발표로 대형 상장 기업들은 2026년부터 ESG 보고를 시작하고, 2030년까지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중국의 첫 에너지법은 2060년까지 녹색 저탄소 전환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및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ESG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며,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CBAM 규제 준수 대상에서 EU 기업의 80% 이상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정안을 통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이 많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CBAM의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 및 유럽 내 저탄소 인증을 확보하는 등 EU의 제도 시행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수출에서 세 번째로 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도 ESG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주요 거래소 대표들이 모여 아세안 상호연결 지속 가능 생태계(ASEAN-ISE)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주요 의제는 회원국 간 데이터 수집, 분석, 보고를 표준화하기 위한 중앙집중식 ESG 데이터 인프라 개발을 통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ESG 데이터를 제공하여 지속 가능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4년 3분기에는 이 지역의 ESG 펀드는 순자금 유입을 기록하여 지속 가능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중동과 인도는 ESG 부문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는 탈탄소화 프로젝트와 저탄소 솔루션 개발에 23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인도는 2024년 9월, 약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166메가와트 규모의 최대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미국의 ESG 정책 후퇴와 그 외 지역의 ESG규제 강화라는 복합적인 국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미국의 ESG 후퇴라는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생산·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ESG 규제가 장기적으로 강화되는 중국·EU·ASEAN·중동·인도에서 친환경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ESG 표준(국제회계기준 S1과 S2의 공시 등)에 맞춘 기업 경영 방안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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