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윤동

dong01@ekn.kr

윤동기자 기사모음




최윤범 회장, 집중투표제·회사채로 영풍에 공·수압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4 15:07

주총 앞두고 집중투표제 주주 제안
통과되면 영풍측 의결권 13%대
지난해 늘어난 단기차입금 부담엔
12년만에 저금리 회사채 공모 추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동안 지분율·이사회 방어에 급급했으나 이제는 상대방에게 공세로 나서는 모습이다.


아울러 지난해 자사주 매입 시기 급격하게 늘렸던 단기차입금이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를 저금리로 대환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기에, 이를 앞두고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우군인 영풍정밀이 다음달 열릴 영풍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제안 안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정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영풍정밀은 이달 3일 영풍 측에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그러나 영풍은 답변 시한인 지난 11일까지 주주제안이 법령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검토해 추후 회신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개별 안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영풍정밀은 주주제안권이 침해됐다는 판단에 영풍을 상대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익 크지 않는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여론전 감안한 공세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 안건이 영풍 주주총회에 상정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영풍은 장씨 일가가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16.89%)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2.65%로 과반이 넘는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3%룰'이 적용된다. 장씨 일가 지분은 장 대표 및 친인척·계열회사 등 소수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13% 가량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지분이 다수에게 고루 분포된 최 회장의 우군들은 12%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액주주는 대체적으로 자신들의 의사 반영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찬성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업계에서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영풍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최 회장 측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사 선임 안건 등에서는 3%룰이 적용되지 않기에 최대주주인 장씨 일가가 과반을 넘는 지분율을 바탕으로 대부분 이사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이 보유한 12% 수준의 지분율로는 큰 변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영풍에 주주 제안을 한 것은 영풍의 이사회 진입 목적보다는 여론전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정밀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의 이유로 영풍의 경영실적 악화,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 등을 꼬집었다.


이는 영풍의 약점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켜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달 진행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직전 최 회장 측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을 제한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다.


◇회사채 발행으로 경영 실적 개선하고 경영권 정당성도 확보

아울러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회사채 발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달 초 한국신용평가에 회사채 본평가를 의뢰했고 최근 'AA+' 신용등급을 평정 받았다.


고려아연이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 2010년 12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오랜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것은 지난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급격하게 늘렸던 단기차입금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 단기차입금을 저금리 회사채로 대환해 이자 부담을 낮추고 경영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4년부터 향후 3년 간 평균 4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MBK·영풍 측과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언이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분위기에서 최 회장 측이 주주 환원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소액 주주들이 이탈할 수 있다. 동시에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MBK·영풍 측으로부터 공세의 틈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최 회장 측이 상당한 수준의 경영 실적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고이율의 단기차입금이 회사 실적 뿐 아니라 경영권의 정당성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비철금속 업황이 다소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신속하게 회사채 발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임시 주총 직후 분쟁 상대방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상대방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최 회장도 다시 대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진행하며 다음달 정기 주총과 그 이후를 준비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