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 CI
삼성전기가 중국 쿤산법인의 청산을 최종 완료했다. 지난 2019년 이사회에서 결정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2009년 설립한 쿤산법인을 15년 만에 정리하게 됐다.
쿤산법인, 스마트폰 호황기 지나자 연속 적자
24일 삼성전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쿤산법인(Kunsha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은 지난 해 청산이 완료됐다.
당초 쿤산법인은 삼성전기가 중국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거래선을 다각화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곳이다. 2010년 6월부터 스마트폰용 고밀도 회로기판(HDI) 생산을 본격화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중국 내 주요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수익 규모가 커지던 곳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중국과 대만의 저가 경쟁업체들의 공세로 인한 가격 하락 압박이 주된 원인이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쿤산법인의 실적 악화는 가속화됐다.
결국 쿤산법인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는 매출 2086억원, 순손실 30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해 2019년 12월에 열린 삼성전기 이사회에서 쿤산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당시 회사는 HDI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잔여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청산 결정 이후 삼성전기는 쿤산법인의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처분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청산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38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그러나 청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자산 매각에 시간이 걸렸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청산 지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중국 현지 법규에 따른 복잡한 절차와 행정적 지연도 청산 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삼성전기는 2019년 말 쿤산법인 관련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지만, 상당기간 이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결국 삼성전기는 청산을 결정한 지 5년여 만인 2024년에야 쿤산법인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15년간 지속된 HDI 사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됐다.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한편 쿤산법인 청산은 삼성전기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비주력 사업과 생산 거점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 동관법인의 청산을 결정하고 지난 2023년 완료한 바 있다. 동관법인은 2015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모터 사업 정리 이후 MLCC 테이핑 업무를 맡았다.
삼성전기는 중국 내 MLCC 생산 시설을 통합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동관법인의 자산을 중국 천진법인으로 이관했다.
또한 2022년에는 태국 생산법인인 삼성일렉트로메카닉스(Samsung Electro-Mechanics Thailand)의 청산을 진행하고 일부는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는 와이파이 통신모듈 사업 철수에 따른 조치였다. 2021년에는 베트남 생산법인 내 경연성회로기판(RFPCB) 사업도 정리했다.
일련의 해외법인 구조조정은 삼성전기가 주력 사업을 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위주로 재편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모듈,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쿤산법인 청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한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