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2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셀트리온
연례적으로 3월은 상장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다. 올해 정기주총 시즌을 앞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주식배당 확대, 지배구조 안정화를 통한 주주친화정책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 호조에도 국내 증시 침체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공통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몇몇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정기주총을 전문경영인체제 강화, 오너 2~3세 젊은 CEO 전진배치 등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여 주주 환심 획득에 기업들이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의결한 주식배당 계획을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 지급할 예정이다.
올해 셀트리온의 주식배당은 2년만의 시행이자 역대 최대규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역대 처음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셀트리온은 올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기존 500원에서 750원으로 상향조정했으며, 이로써 셀트리온 역대 최대이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인 총 1537억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이후 해당연도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에서 현금배당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올해 현금배당 시행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해 역대 처음 매출 4조원을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FCF가 전년대비 59% 증가한 1조320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전통제약사 중에서는 지난해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유한양행이 지난해보다 주식배당을 확대한다.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성사시킨 유한양행은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450원에서 500원으로 확대해 총 37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수출을 시작한 GC녹십자그룹의 지주사 녹십자홀딩스(GC)는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300원에서 올해 500원으로 상향조정했고, 주력사 GC녹십자는 제약바이오업계 최대인 주당 1500원의 배당금액을 결정했다.
지난해 마데카크림 등 뷰티사업 호조에 힘입어 첫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한 동국제약도 주당 배당금을 190원에서 200원으로 올려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샀던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를 주축으로 경영권 분쟁을 매듭지은 만큼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지배구조 안정화를 통한 주주 달래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3일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차남 임종훈 대표가 사임하고 모친 송영숙 회장이 대표직에 복귀했으며, 한미사이언스는 3월 주총에서 그동안 송 회장이 강조해 온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을 비롯해 조직 재정비 및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12월 총괄사장직을 신설하고 함은경 JW생명과학 대표를 총괄사장으로 임명한데 이어 오는 3월 주총에서 함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함 사장은 서울대 제약학과 출신으로 38년간 JW중외제약에서 신약개발, 경영기획 등을 수행해 온 만큼 기존 신영섭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아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 등 신약개발 R&D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오는 3월 21일 주총을 개최하는 삼진제약은 42년간 삼진제약에 몸담았던 전문경영인 최용주 대표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됨에도 이번 주총에 연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진제약은 최 대표가 6년만에 물러나는 동시에 공동창업주 조의환·최승주 회장의 2세인 조규석·최지현 사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돼 공동경영체제의 2세 승계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올해 첫 매출 7000억원 돌파가 기대되는 대원제약 역시 오너 3세 백인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돼 오너 승계 구도를 더욱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주식 배당, 자사주 취득 등 주주친화 정책이 단기적 주주 달래기가 아닌 경영 전반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 제약사 등으로 배당 확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