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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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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중동 산업계 지형도 급변···韓 기업 ‘금맥’ 찾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5 14:51

무협 “현지 기업 54%, 지정학 리스크로 공급망 다변화 추진”

삼성·LG 등 진출 활발···“무역협정 발효 등 지원사격 필요”

2023년 UAE 두바이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TV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미디어 관계자들이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3년 UAE 두바이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TV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미디어 관계자들이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동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가운데 현지 산업계 공급망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정학적 위기를 계기로 경제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적인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한국무역협회 아랍에미리트(UAE)지부가 지난 1월 중동 로컬·외국계 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는 지정학적 갈등으로 기업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국가별 구성은 UAE 68.3%, 사우디아라비아 10.8%, 오만 5.8%, 이스라엘 5%, 이란 4.2% 등이다. 직무별로는 구매·공급망관리(52.4%), 경영진(21.1%), 디지털전환(10.8%) 등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운영비용 증가'(56.7%), '프로젝트 지연'(41.7%), '공급업자 및 파트너의 불안정성'(38.3%) 등을 가장 큰 부담이라고 꼽았다.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공급망 불안의 애로를 겪는 현지 기업들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역 및 다수의 공급업자들과의 공급망 구축'(54.2%) 등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K-기업이 중동에서 추가적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은 일찍부터 '기회의 땅' 중동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건설, 원자력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더불어 선박, 방산 수출길을 꾸준히 열어왔다. 삼성전자, LG전자는 현지에서 가전·TV 등 신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소비재 시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32년 중동에서 자동차를 35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G모빌리티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 이미지를 앞세워 사우디 등에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23년 추석 연휴 당시 중동 3개국을 찾아 '현장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등 미래 기술 업체들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네이버는 사우디에 중동 총괄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했다. 안랩은 사우디 사이버 보안 및 클라우드 공급 기업 사이트(SITE)와 합작한 법인 라킨(Rakeen)을 만들었다. 지니언스의 경우 UAE에 사무소를 열었다. 원텍, 셀레믹스 등은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중동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공급망 다변화 국면에서 현지 업체들과 협력 기회를 찾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아랍에미리트(UAE)지부 설문조사 결과 중동 기업들은 한국 제품 조달 시 가장 큰 애로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부족'(61.9%)을 꼽았다.

▲한국무역협회 아랍에미리트(UAE)지부 설문조사 결과 중동 기업들은 한국 제품 조달 시 가장 큰 애로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부족'(61.9%)을 꼽았다.

무협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우리 기업을 '전혀 모르거나'(32.5%) '조금 알고 있다'(28.5%)고 했다. 반면 '매우 잘 알고 있거나'(5.8%) '잘 알고 있다'(9.2%)고 답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이들은 한국 제품 조달 시 가장 큰 애로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부족'(61.9%)을 꼽았다. '높은 운송비용'(13.3%), '언어 및 문화 장벽'(9.5%) 등 대답이 뒤를 이었다. 현지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접근성 및 브랜드 인지도 강화'(67.2%)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응답자들은 '한-UAE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 '전혀 모른다'(50.4%)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고 협정 혜택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15.1%에 불과했다.


박필재 무협 UAE지부장은 “중동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추진이 우리에게 기회인 만큼 한국 기업들의 신뢰 높은 제조 능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협상이 완료된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및 한-UAE CEPA의 조속한 발효로 관세 장벽을 낮춰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중동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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