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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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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웰’의 힘…엔비디아, 연매출 114% ‘폭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7 12:54

사상 최대 실적, 데이터센터 142% 성장
블랙웰, 첫 분기에만 14조원 매출 기록
AI 추론 성능 25배 향상된 기술력 입증
시장 70~95% 장악하며 독주 체제 구축

엔비디아

▲엔비디아 전경.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엔비디아(NVIDIA)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년 대비 142% 성장하는 폭발적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블랙웰 아키텍처는 출시 첫 분기만에 14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장악했다.


사상 최대 실적, 데이터센터 부문이 성장 견인

엔비디아는 27일 오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5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에 매출은 393억3100만달러(약 5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78%,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간 매출은 1304억9700만달러(약 174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14% 늘었다. 데이터 센터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의 매출은 356억달러(약 4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3%,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 데이터 센터 매출은 1152억달러(약 153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게임 부문 매출은 25억44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11%, 전 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전문 시각화 부문 매출은 5억1100만달러(약 7000억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자동차 부문은 5억7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로 103% 성장했다.


이익률도 개선됐다.


4분기 영업이익은 240억3400만 달러(약 32조원)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순이익은 220억9100만달러(약 29조5000억원)로 80%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814억5300만달러(약 109조원), 순이익은 728억 8000만 달러(약 97조8000억원)로 각각 147%, 145% 증가했다. 희석 주당순이익(EPS)는 4분기 0.89달러(약 1200원), 연간 2.94달러(약 4000원)를 기록했다.


블랙웰, 출시 첫 분기 '파격적 성과' 기록

특히 블랙웰의 성과가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블랙웰 아키텍처 제품이 출시 첫 분기 만에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등이 엔비디아의 GB200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기술인 블랙웰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인 호퍼 아키텍처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블랙웰은 AI 추론 작업에서 최대 25배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며, 대규모 AI 추론 작업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5배 절감했다.


또 5세대 NVLink 기술을 통해 GPU 간 통신 속도를 1.8 Tb/s까지 끌어올려 대규모 AI 모델 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러한 혁신으로 블랙웰 아키텍처는 최대 10조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의 실시간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출처=엔비디아

“AI 추론, 새로운 확장 법칙 등장" 젠슨 황의 통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함에 따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며 “학습을 위한 컴퓨팅 증가는 모델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장기적 사고를 위한 컴퓨팅 증가는 답을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AI 기술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AI는 '학습'과 '추론' 단계를 거치는데, 기존에는 '학습' 단계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추론' 단계에서도 컴퓨팅 파워를 늘리면 AI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새로운 '확장 법칙'이 발견됐다.


쉽게 말해, AI가 답변할 때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면 훨씬 더 똑똑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아이디어는 2024년 말부터 여러 AI 회사들이 실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5년 1월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이 방법으로 만든 AI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는 이 두 단계 모두에서 성능을 크게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다.


AI PC·자율주행 등 성장 지속, 공급망은 '과제'

한편 엔비디아는 AI PC 시장 성장과 함께 차세대 RTX 50 시리즈 출시로 장기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 성장도 기여했다. 엔비디아의 DRIVE 플랫폼이 현대차, 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 채택되면서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이 제한됐다. 특히 게임용 GPU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게임 GPU 공급 부족 문제는 엔비디아의 생산 우선순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엔비디아는 높은 수익성을 가진 데이터 센터용 AI 칩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이는 게임용 GPU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TSMC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엔비디아의 전반적인 칩 공급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 심화 속에서도 성장 전망

향후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430억달러(약 57조40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AI 시장 확장이 지속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AI 반도체 시장 내 경쟁 심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70~9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AMD와 인텔이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으며, AMD는 2024년 데이터 센터 GPU 매출이 2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들이 AI 추론 시장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는 종합적인 AI 생태계와 CUDA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경쟁 구도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매번 재확인하고 있다"며 “ 데이터 센터와 AI 컴퓨팅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AI PC, 자율주행, 산업용 AI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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