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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130년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역사에 처음으로 1년에 1조원어치씩 팔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주인공으로, 제2~3호 블록버스터 후보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신약 강국'을 향하는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5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주력 제품인 '램시마IV'가 전체 매출(3조5573억원)의 35.6%인 1조26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IV는 2012년 출시된 세계 최초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로, 1897년 국내 최초 제약사 동화약품의 설립으로 태동된 근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역사에서 처음 단일품목 기준 연매출 1조원의 의약품이 탄생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맥주사(IV) 제형인 램시마IV는 2017년 오리지널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섰으며 2023년에 매출 9930억원을 올려 매출 1조원 돌파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와 별도로 피하주사(SC) 제형인 '램시마SC'도 지난해 매출 5640억원을 기록, 셀트리온은 '램시마' 브랜드로만 1조8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매출 10억달러 또는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을 가리키는 말로 매출, 시가총액 등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의 위상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가장 많은 총 17개의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존슨앤드존슨,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10개 이상씩 보유하고 있으며 1개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보유한 제약사만 전 세계 18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약가 억제 정책에 따른 R&D 역량 축적 부족 등으로 업력에 비해 글로벌 위상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램시마에 이어 제2~3호 블록버스터 후보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글로벌 위상 강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2호 블록버스터 후보로는 우선 램시마SC의 미국제품명인 '짐펜트라'가 꼽힌다.
램시마IV·SC와 성분(인플릭시맙)은 같지만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승인받은 만큼 셀트리온의 목표대로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면 국산 2호 블록버스터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에 등극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오는 2029년 글로벌 매출 1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2개, 세계 50대 제약사 3곳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업계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신약 약가 우대, 후기 임상 지원 등 구호 보다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7일 논평을 통해 “국산 블록버스터 1호 탄생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역사에서 매우 뜻깊은 이정표인 동시에 산업 전반에 큰 자신감을 갖게하는 도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램시마의 쾌거를 하나의 기업 차원을 넘어 2027년까지 세계 6대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일대 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가 대한민국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기게 돼 매우 뜻깊다"며 “램시마SC를 비롯한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나아가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등 신약 개발도 추진해 제2, 제3의 램시마 탄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