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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처칠에서 포착된 얼음 위를 걸어가는 북극곰 가족. WWF
매년 2월 27일은 '세계 북극곰의 날'이다.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현실을 알리고,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정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극의 해빙 감소로 북극곰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극 알래스카의 가스전을 개발해 LNG 수출기지를 짓겠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28일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최근 그린란드와 캐나다 등지에서 북극곰이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러시아 토볼스키 유전 지역에서는 먹이를 찾지 못한 북극곰이 거주지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관찰됐고, 렝겔섬에서는 버려진 드럼통을 뒤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극곰은 지상에서 가장 큰 육식동물로 해빙 위에서 물개를 사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줄면서 사냥할 기회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북극의 전체 빙하량은 50% 이상 줄었으며, 2025년 1월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은 1313만㎡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같은 시기 평균보다 약 129만㎡(8.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이 육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여름철 바다 얼음이 녹으면 캐나다 허드슨만으로 이동하는데 이 시기에는 주된 먹이인 바다표범을 사냥할 수 없어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소모하며 생존해야 한다. 일부 북극곰은 새의 알이나 베리를 먹기도 하지만 바다표범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칼로리를 보충하려면 약 88개의 흰기러기 알을 먹어야 해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빙이 녹는 시기가 빨라지고 다시 얼어붙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북극곰이 얼음과 얼음, 또는 얼음과 육지를 오가야 하는 거리도 길어지고 있다. 장거리 수영은 걷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체력 저하와 생존율 감소로 이어진다. 새끼 북극곰은 체온 유지와 부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익사 위험이 더욱 크며, 폭풍이 몰아치면 성체 북극곰조차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2024년 미국 워싱턴대와 북극곰 보호단체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수록 북극곰이 굶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대륙 위에 있는 축치(chukchi)해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굶는 기간은 1979년 12일에서 2020년 137일로 11배 이상 증가했고, 대기 중 온실가스 14기가톤이 추가로 배출될 때마다 북극곰이 굶는 날이 하루씩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미국 발전소에서 30년 동안 배출하는 60기가톤의 온실가스는 북극 보퍼트해 지역 새끼 북극곰의 생존율을 최대 4%포인트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북극곰이 2008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사용 제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기준 북극에 서식하는 북극곰 개체 수는 약 2만6000마리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연구(2013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21세기 말까지 북극 해빙이 거의 사라지면서 북극곰도 멸종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누나붓 준주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허드슨만 지역의 북극곰 개체 수는 2016년 842마리에서 2022년 618마리로 약 26.6% 감소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북극곰 개체 수는 꾸준히 줄어들어 1987년부터 2004년까지 서쪽 허드슨만에서도 약 22% 감소했다. 이 기간 해빙이 유지되는 시기가 2주 길어지고 얼음이 녹는 시점이 5~10일 앞당겨지면서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캐나다 정부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할 경우 2100년 이전에 서쪽 허드슨만에서 북극곰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북극곰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몰렸는데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의 가스전 개발 및 LNG 수출기지를 짓겠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허용에 행정서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북극 야생동물 보호구역 때문에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를 모두 무시하고 개발을 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의 40조cf(cubic feet) 매장량을 가진 가스전에서 개발한 천연가스를 1300㎞의 가스관을 거쳐 남단 앵커리지 인근의 부동항 니키스키 수출터미널까지 옮겨 이를 LNG로 전환해 아시아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대략 상업가동 시기는 2031년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강력히 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우선 일본이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고, 우리나라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규모 환경 파괴가 불가피해 기업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북극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lnerable)' 등급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WWF는 2050년까지 북극곰 개체 수가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WF는 1992년부터 북극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북극곰 개체 연구 및 모니터링, 정책 개선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북극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북극곰 순찰대'를 운영하며, 마을로 내려오는 북극곰을 보호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