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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이 고성과 설전 끝에 파국으로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2대1 난타전이 벌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압박에 굴하지 않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백악관에서 나왔으며 종전의 첫 단추로 여겨졌던 광물협정 또한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2분께 백악관 웨스트윙 문 앞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환영했으며 이후 집무실로 같이 이동해 공개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처음에는 각각 미국과 우크라이나간 광물협정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등에 대한 일반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는 시작한지 40분쯤부터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자국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체결된 협정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전면전을 일으켰다는 점을 재차 지적한 뒤 “우리는 휴전 협정에서 서명했고 모두 우리에게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협정을 어겼다"면서 “그는 우리 국민을 죽였으며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멋진 바다(대서양)가 있어서 아직은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며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수백만 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라면서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거론하면서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합의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며 젤레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도 “백악관에 와서 미국 언론을 앞에 두고 그 문제를 논쟁하려고 하는 것은 무례하다"라면서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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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16분께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회담이 끝났음을 알렸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관여한다면 평화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과 회의를 진행하고 회담을 사실상 진행치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악관에서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
광물협정을 연결고리로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빈손으로 백악관을 나왔다.
이날 트럼프 대토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이어진 배경엔 광물협정을 바라보는 두 대통령의 입장차가 뚜렷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그동안 미국이 지원한 대가로 우크라이나 광물 개발 수익을 나누자고 요구하는 등 이 협정을 '비용 청구서'로 여겼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광물 협정은 향후 종전 협상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판이었다.
이번 회담 분위기가 급반전한 이유도 푸틴 대통령이 협정을 깨고 2022년 전면전을 일으켰다는 점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질문에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고, 배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병합한 이후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하고서 “J.D.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밴스 부통령이 발끈했다. 밴스 부통령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걸 따지는 게 무례하다"면서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이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것이 이곳에 온 이유이자 미래의 협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양측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미국 파트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손을 내밀었다.
다만 그는 충돌에 대한 사과는 거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우 정직해야 한다. 우리가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