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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서울시내 다이소 매장에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건강기능식품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등 3개 제약사가 다이소에 3000~5000원짜리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약사단체는 약국이 비싸게 판매하는 것처럼 오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제약사들에게 철수를 종용하는 한편, 소비자들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인 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지난 2월 28일 입장문을 내고 “유명 제약사가 수십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약국에 대한 오해와 불만을 가중시키는 제약사의 마케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혀 3개 제약사에 대해 사실상 다이소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같은달 24일 다이소와 협업해 건기식 브랜드 '닥터베어'를 출시, 전국 다이소 200개 매장에 비타민, 밀크씨슬, 루테인 등 간 건강, 눈 건강, 혈압·혈당·혈행 관리 등을 위한 건기식 제품 26종을 선보였다.
가격은 1개월분 1박스에 3000~5000원으로 기존 약국에서 판매하는 3만~4만원대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날 일양약품은 건기식 9종을 출시했고 종근당건강은 3~4월께 건기식 2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3개 제약사 모두 부수적인 성분을 줄여 본연의 기능성에 집중하고 대량생산 및 포장비용 최소화를 통해 가격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약국 판매 건기식에 비해 크게 저렴한 가격 탓에 출시 직후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약사들은 기존에 약국이 폭리를 취해 왔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3개 제약사에게 사업 철수를 압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약국에서 파는 제품과 다이소에서 파는 제품은 성분·함량 등에서 엄연히 다른 제품이고 건기식이 의약품이 아닌 식품에 불과한 만큼 제약사들의 '저가형 건기식' 출시가 약국의 역할을 위축시킨다기보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의미가 크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서울시내 약국과 다이소에서 각각 제품을 구매해 비교해본 결과, 약국과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성분·함량 등에서 서로 다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종로5가의 한 대형약국에서 4만원에 판매하는 일양약품의 '속편한비타민C 프리미엄'의 경우 1320㎎ x 60정으로 2개월분이다. 비타민C, 비타민D, 아연 등 총 11가지 성분이 들어있다.
이 제품을 판매한 약사는 “이 제품은 중성화된 비타민C로 만들어 속이 편한 것이 장점"이라며 “고급 비타민인 만큼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근 다른 대형약국에서 7만원에 판매하는 대웅제약의 고함량 멀티비타민 '렛잇비 프로'는 총 120정 4개월분으로, 비타민B·D·E를 비롯해 셀레늄, 아연, 마그네슘 등을 고함량으로 담고 있다. 이 제품을 판매한 약사 역시 “흡수가 잘되는 고급 비타민인 활성형 비타민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이소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대웅제약의 '영국산 비타민C'는 1100㎎ x 30정으로 1개월분이며 비타민C 단일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다이소에서 3000원에 판매하는 일양약품의 '올데이 비타민C 1000㎎' 역시 30정 1개월분으로 착색료 등을 제외하면 비타민C 단일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대웅제약의 '어린이용 멀티비타민 미네랄 츄어볼', 일양약품의 '올데이 저분자 콜라겐' 등 복합 성분 제품도 있지만 성분의 종류나 함량 등에서 약국 제품과 차이가 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다이소 전용 제품으로 약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실제로 유명 약사 유튜버인 고상온 약사 역시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약국 제품과 다이소 제품을 비교 설명하면서 단순 가격 비교보다는 성분과 함량을 따져 선택할 것을 권했다.
고 약사는 “다이소 영양제 제품을 모두 구매해 비교한 결과 가성비가 좋은 제품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제품도 있다"며 “이번 기회에 국내 제조의 가격적 허들을 극복하고 광고가 아닌 진짜 좋은 제품이 잘 유통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결국, 분량과 품질까지 감안하면 다이소 제품이 더 싸다고 할 수만 없고 그동안 약사가 폭리를 취해왔다고 할 수도 없으며,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셀프 메디케이션(자가 치유) 시대에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 고민에 맞는 제품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다이소와 함께 기획했다"며 “다양한 소비자층에게 대웅제약의 영양 설계 노하우를 담은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건강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