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루 샤오미 사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5'를 앞두고 '샤오미 15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샤오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인공지능(AI) 기술과 하드웨어 혁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AI 혁신 강화에 방점
4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신제품 출시 행사를 열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새롭게 공개된 '샤오미15 시리즈'에는 샤오미의 자체 AI 기술 '하이퍼 AI'를 지원하는 운영체제(OS) '하이퍼 OS 2'가 탑재됐다. AI 기반 작문, 음성 인식, 사진·영상 편집 등 사용자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또한,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와 연동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AI'와 유사한 AI 경험을 제공한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확대된다. 윌리엄 루(루웨이빙) 샤오미 사장은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올해 AI, OS, 칩셋 연구·개발(R&D)에 40억달러(약 5조8368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너도 AI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5년간 100억달러(약 14조5930억원)를 투자하는 '알파 플랜'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AI 기반 초지능 스마트폰 개발을 가속화하고,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 확장을 추진한다. 아너 측은 “스마트폰 제조 업체를 넘어 세계적인 AI 기기 생태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하드웨어 영역서 '퍼스트 무버'로 변모

▲화웨이 '메이트 XT'. 사진 = 화웨이.
중국 업체들은 AI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MWC 2025에서 가장 큰 부스(9000㎡, 약 2700평)를 마련한 화웨이는 세계 최초 트리플 폴더블(트리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를 공개했다. 메이트 XT는 지난해 9월 중국 출시 직후 예약 판매 300만건을 돌파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메이트 XT는 펼쳤을 때 10.2인치의 대화면을 제공하면서도 두께는 3.6㎜로 얇아 휴대성과 심미성을 모두 잡았다.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6'(펼쳤을 때 5.6㎜)보다 2㎜ 더 얇다. 최근 폴더블폰 시장에서 '더 얇고 가벼운 디자인'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만큼, 화웨이의 기술력이 삼성 대비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갤럭시 AI' 내세웠지만 차별화 절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로 평가받던 중국 업체들이 AI·하드웨어 혁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9%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지만, 샤오미(14%)가 바짝 뒤쫓고 있다.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3%로, 화웨이(23%)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MWC 2025에서 '갤럭시 AI' 생태계를 통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며, 모바일 트렌드 주도에 나섰다. 그러나 샤오미가 AI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면서 삼성 AI폰만의 차별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또한 화웨이가 트리폴드폰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25'보다 얇아진 '갤럭시S25 엣지' 시제품을 공개하는 데 그쳐 폼팩터 경쟁에서도 비교적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혁신과 하드웨어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시장 내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AI 기술과 하드웨어에서 더욱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