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제품에 한해 관세를 1개월간 면제하기로 했다. 자국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번 결정을 계기로 농업, 컴퓨터 하드웨어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1개월간 면제할 것"이라며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가 발효되지만 USMCA와 연관된 업계의 요청에 따라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관세를 한 달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예 조치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보복 조치 등을 의식해서가 아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업체 '빅3'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무관세 유지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와 함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에 옮기는 조건으로 관세가 유예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관세 유예의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공장 등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마련할 시간을 얻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빅 3대표와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 및 생산 확대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와 마약 문제로 당초 지난달 4일부터 부과하려다가 한 달간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를 지난 4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관세 조치는 미국내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이 최대 1만2000달러 오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어느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지점'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와 부품 업체 등은 향후 대응책을 준비할 시간을 벌게 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캐나다·멕시코산 농업용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는 이날 보도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농업 부문을 위한 예외 조치를 해줄 가능성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롤린스 장관은 특히 비료가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아울러 또다른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일 HP, 인텔, IBM, 퀄컴 등 미국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P 대변인은 오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확인했으며 “무역 정책과 미국 내 제조 등이 주요 안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 대해선 25% 관세가 시행되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와 마약 단속을 위한 캐나다의 노력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북미 3국 간 관세 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 고위 관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해 어떤 관세라도 남겨둔다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보복관세를 해제하지 않고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부 장관은 “중간에서 만나서 관세가 일부 철회되는 것엔 관심이 없다"며 “캐나다는 관세 철폐를 원한다"고 캐나다 CBC 방송에 말했다.
멕시코는 오는 9일에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