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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오세훈·서울시의 ‘견리망신(見利忘身)’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1 14:23
기자의 눈

▲김유승 정치경제부 기자.

'견리망신(見利忘身)'이라는 말이 있다. 코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곧 다가올 위험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보여준 모습이 그렇다. 시는 지난달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이른바 '잠·삼·대·청' 소재 261개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이후 해당 지역 아파트 값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곳 집 주인들이야 좋아하겠지만 서울 전체에서 극히 일부다. 이전과 달리 서울 전체로 퍼지기는 커녕 양극화 심화, 집값 과열, 갭투기 열풍으로 이어져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통계를 보면 지난달 단행된 토허제 해제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에 불을 지른 건 확실하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첫째 주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전주 대비 0.68% 폭등하며 2018년 2월 첫째 주(0.75%) 이후 7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삼성·대치·청담동이 있는 강남구도 전주 대비 0.52% 상승하며 2018년 9월 첫째 주(0.56%) 이후 약 6년 반 만에 가장 치솟았다. 반면 다른 곳은 침체 일로다.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금천구 등은 직전 최고가 대비 3억~6억원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시도 해명에 나서고 있다. 시는 “잠실·삼성·대치·청담 아파트 305곳의 토허제 해제 전후 실거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전체 거래량이 해제 전 78건에서 해제 후 87건으로 9건 증가했다"며 “평균 매매가격 역시 26억9000만원에서 27억1000만원으로 소폭 상승한 수준"이라 해명했다. 이어 “가격이 상승한 사례도 있지만 직전 거래 대비 하락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토허제 해제 전후 22일간의 단기 데이터만 반영해 '숫자 장난'이라는 반박을 받고 있다. 단기간의 짧은 통계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뒤늦게 오 시장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오르면 다시 규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발 빼는 모양새다.


애초부터 수많은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가 투기와 집값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었다. 오 시장과 시는 대선 출마를 위한 치적 쌓기·표심 얻기에 열중한 나머지 서울 부동산 시장의 고질병을 또 다시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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