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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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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 기술패권 놓고 中과 건곤일척 경쟁…알래스카 개발, 북극시대 선점 포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2 06:00

임은정 공주대 교수,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 행사 한국패널로 참석

미국, 녹색기술서 중국에 뒤져…화석연료 이용 AI·우주 경쟁 승리 전략

북극 항로·미사일방어 중요성 커져, 막대한 알래스카 개발에 동맹 한일 이용

정권 교체 리스크 대비 위해 문서화 및 ‘전략 프로젝트’ 의회승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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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가 개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간 에너지 협력 컨퍼런스에서 한국 패널로 참석한 임은정 공주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CSIS 유튜브 캡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특히 최근 의회 연설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압박도 가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쏟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기후변화로 북극항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과 중국과의 기술패권 싸움에서 중단기적으로 미국의 화석연료 생산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1300km 가스관 설치, LNG 수출기지 건설 등 대규모의 개발이 필요해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는 북극의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 환경단체들의 줄소송 및 참여 기업들에 대한 비난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실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도 크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월 5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전략 싱크탱크인 CSIS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회복력 있는 동맹 간 에너지 협력'(Resilient Allied Energy Cooperation in the Indo-Pacific)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과 함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이 컨퍼런스에 한국의 대표 패널로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가 직접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임 교수로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은 무엇이고,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우선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행사에 참석하게 된 배경과 어떤 행사였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CSIS 초대로 참석하게 됐다.


CSIS의 한국학 석좌인 빅터 차(Victor Cha) 조지타운대 교수는 정책 입안자, 전문가, 학자들이 모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3국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본 컨퍼런스를 주최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컨퍼런스 대주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회복력 있는 동맹 간 에너지 협력'이었고, 저는 1세션인 '미국의 화석연료 회귀와 그 함의'에서 한국측 발표자로 나섰다.


2세션은 '한일공동개발구역(7광구)에서의 한일 협력', 기조연설은 공화당의 댄 설리번(Dan Sullivan)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마지막 세션은 '한미일 민간 원자력 협력의 미래'를 주제로 회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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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에서 파리기후협정 탈퇴 행정명령 문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화석연료로 회귀하면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에너지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다. 알래스카 자원 개발을 추진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3월 5일(현지시간) 있었던 의회합동연설에서도 한국을 두 번 언급했는데, 알래스카 가스 개발과 관련해서는 한국을 먼저 언급했다.


알래스카 가스 개발과 관련해 우리 업계의 입장이 조심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데다가 건설 기간, 도입 시기의 한국의 가스 수요 전망과 도입 가격, 미국 국내 정치 변화로 인한 리스크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를 적극 활용해 미국 산업계를 뒷받침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우주 기술과 같은 미래 기술 패권을 놓고 중국과 건곤일척의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풍부한 화석연료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있어 큰 부분이다. 재생에너지와 같은 녹색기술에서 중국은 이미 훨씬 앞서 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런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며, 에너지 다소비국이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게 이 흐름에 함께 하기를 종용할 것이다.


화석연료와 더불어 원자력 역시 중요하다. AI와 디지털센터, 양자컴퓨터, 가상화폐 등 미래 기술들이 확대되면 될수록 전력 수요는 동반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를 화석연료로만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는 러시아나 중국이 이미 미국을 앞서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 분야 역시 기술력을 보유한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협력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컨퍼런스에서 다뤄졌다.



-미국과 아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확대에서 알래스카 LNG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에도 알래스카 LNG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그에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크게 두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알래스카 가스 개발사업은 동토의 땅에 1300km나 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글로벌 석유 큰손들도 중도 포기한 사업이다. 그만큼 어려운 프로젝트이다.


이 정도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것은 미국의 동맹이자 에너지 다소비국인 한국과 일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이나 일본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고, 거리적으로도 매우 가깝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을 수 있는 상대일 것이다.


또한 두 나라는 미국을 상대로 큰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으면서 안보 측면에서는 비대칭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거래적 관점에서 볼 때 압박을 가하기에 용이한 상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당시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나 얼라이쇼어링(allyshoring)과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알래스카가 가진 지전략적(geostrategic) 가치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기후변화 결과로 북극 항로는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 방어 등을 생각할 때에도 북극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계속 언급한 것도 본격적인 북극 시대에 대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알래스카의 지전략적 가치는 향후 더 주목 받을 수 있다. CSIS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댄 설리번 의원은 “그린란드도 좋지만, 알래스카가 더 낫다.(Greenland is nice, but Alaska is better)"라는 말로 연설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알래스카는 천혜의 자연지역이라 개발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다. 현실적으로 LNG 프로젝트가 개발될 수 있을까? 만약 다음에 민주당이 집권해도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변수에 대해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에 승인된 사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엎어지기도 했다. 댄 설리번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정부 시절, 수십 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 자원 개발이 발목을 잡혔다고 맹비난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차이가 있는 만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면 민주당이 재집권할 경우의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위해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일본-미국 정부 간 합의사항을 문서화하거나 미국 의회에서 알래스카 LNG를 '전략 프로젝트'로 승인함으로써 행정부의 일방적인 철회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3국, 혹은 그 이상의 파트너 국가들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은 환경단체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로부터 참여를 요청받은 일부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를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석탄과 달리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다소 예외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른바 저탄소(low-carbon) 내지 무탄소(carbon free) 전원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는 저마다의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 같이 국토가 협소한 경우에 발전설비를 계속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천연가스는 당분간 전력 생산에 있어 중요한 '가교 연료(bridge fuel)'로서 그 역할이 쉽게 축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판단은 한국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옆 나라 일본의 7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가스가 가교 연료로서 기능하는 한, 가스를 수입하는 수입원이 다변화돼야 하는 것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호주나 동남아 국가들로부터의 도입이 중요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며 환경단체들도 계속 설득할 필요가 있다. 가스뿐만 아니라 저·무탄소 전원과도 어떻게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구성할 것인지 등을 놓고도 함께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는 청정에너지를 거부하고 화석연료로 회귀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탄소중립은 추진하되 현실적으로 하자는 건가?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회의적인 것은 맞지만, 모든 녹색기술을 다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행정명령에 보면 에너지원에 관한 정의에서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물론 지열, 수력, 바이오연료 등도 포함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미국의 풍부한 화석연료 자원을 지랫대로 삼아 자국의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 우위에 입각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운명으로서, 앞으로 에너지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과 같은 국가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자원 빈국이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다소비국이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도 중요하다. 녹색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둘 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고, 녹색기술 개발에도 계속해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 정세와 에너지 전략 등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현시점 우리나라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의 이념화를 막아야 한다. 현실적인 판단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하며, 어떤 특정 에너지원도 선악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소비 측면에서의 효율성 개선, 달리 말해 에너지 절약에도 국민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쓸 데 없는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만으로도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즉 미래 먹거리가 무엇이어야 할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특히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전략은 반드시 함께 구상돼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요구에 맞춰서 만들어진 에너지 인프라의 혁신도 그 전략 안에 포함돼야 한다.


총체적인 국가 전략이 세워지는 것이 절실한 시기라 하겠다.



<임은정 교수 프로필>


△도쿄대학 국제관계학 학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국제학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 고등국제학대학 국제관계학 박사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재직 중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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