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호 쌍방울 대표이사. 쌍방울
쌍방울이 이사회를 전면 개편하며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최근에는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후 주식 액면분할도 결정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이 쌍방울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기업 정상화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서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은 지난 14일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1주당 500원인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쌍방울 측은 “유통주식 수 확대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쌍방울은 현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거래정지 상태다.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북송금과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서 오너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점이 작용했다.
쌍방울은 상장폐지 결정 직후인 다음날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서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법원에서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상장폐지 판결이 다시 진행되며 기각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에서 이사회 개편에 이어 주식 액면분할을 시도하는 것은 기업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폐지 과정이 오너리스크에서 비롯된 만큼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음을 부각할 수 있어서다.
앞서 지난달 말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정 대표는 이사회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사외이사 명단을 정·관계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최광해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양창신 전 대법원 법원부 이사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또한 향후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이사회 개편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신호를 보내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주식 액면분할은 가처분 인용 시 상장이 유지됐을 때 주가 하락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주식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낮추면서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유동성이 개선된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쌍방울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쌍방울 최대주주는 세계프라임개발로 변경됐다. 세계프라임개발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이 지분을 40% 보유한 부동산 임대업체로, 광림이 보유하던 지분 전부를 70억원에 인수했다.
한편 쌍방울은 오는 31일 서울 중구 무학동 쌍방울 본사에서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 주식분할 결정 사항을 담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상정했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도 안건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