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의 숨은 주범으로 꼽히는 '관광산업'에 대한 배출량 조사가 시작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관광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2024년 기준 관광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수행사업자 선정을 위한 용역발주에 착수했다.
연구원은 오는 11월 28일까지 진행될 조사에서 관광사업체의 배출원별(직접배출, 간접배출), 에너지원별 사용량을 조사하고 원단위 통계량을 산출할 예정이다.
매출액, 종사자수, 면적 등 다양한 변수를 활용한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관광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는 조사원 및 2차 자료를 활용한 검증을 실시, 관광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의 신뢰성 또한 높여나갈 계획이다. 관광산업 특수분류 내 교통분야(항공, 수상, 철도, 도로), 면세점 등에 대한 조사가 2차 자료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은 관광진흥법 규정에 근거해 문화체육관광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허가·신고·지정된 관광사업체(2024년 12월 31일 기준)로, 표본수는 약 1700개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야옌 선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11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관광업의 탄소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관광산업의 환경적 부담을 지적한 바 있다.
연구팀은 관광업의 탄소 배출이 증가한 주된 이유로 수요 증가와 기술 발전 속도의 불균형을 꼽았다.
중산층의 증가와 저가 항공사의 확산으로 국제 관광이 대중화되면서 관광객 수는 지난 10년간 급격히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신흥 경제국에서 두드러지며, 관광업의 글로벌화가 탄소 배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기술은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연료 효율성 개선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호텔 설비 등 탄소 저감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나, 관광업의 급격한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기술과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관광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 사회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은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관광업은 글로벌 GDP의 약 10%를 차지하며 수억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성장하는 산업은 환경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주로 항공과 해상 운송, 숙박업에서 비롯된다. 특히, 장거리 여행과 고급 리조트가 활성화되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했으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배출량 또한 재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선 항공편과 대규모 리조트를 중심으로 관광업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숙박 시설 전환, 탄소 중립 관광 캠페인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관광업계 한 종사자는 “탄소배출 저감 기술의 발전과 규제 강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 도입이 조화를 이룰 때 관광업은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번 조사가 관광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줄여나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