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일본 교토를 방문한 관광객들(사진=AFP/연합)
역대급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을 입었던 일본 경제가 엔/달러 환율 하락(엔화 강세)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경제 성장을 이끌었는데 엔화 강세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MEI)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일본 관광은 2023년 경제성장률(1.5%)에 절반을 기여했고 지난해 성장률(0.1%)에도 0.4%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평균 성장률이 1.2%에 달했던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관광이 0.1% 기여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는 역대급 엔저로 일본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던 외국인은 3690만명으로 신기록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지출한 금액 또한 증가했다. 지난해 관광 관련 소비액은 8조1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53.4% 급증했고 1인당 평균 지출액 또한 같은 기간 6.8% 오른 22만7000엔으로 집계됐다.
엔화 약세로 쇼핑, 엔터테인먼트, 교통, 숙박 등의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일본 관광에 대한 매력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엔/달러 환율은 37년 6개월만 최고 수준인 달러당 161엔대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긴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하자 일본 관광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엔대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연중 최고점인 158.87엔 대비 7% 하락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노무라의 고토 유지로 외환 전략 총괄은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 일본 성장률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ING의 강민주 일본 및 한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가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않아 일본을 찾는 외국인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엔화 강세로 일본 내수경기가 회복돼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이 상쇄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MEI의 데이비드 만은 “견고한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을 감안할 때 성장 기여도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관광객이 줄어들어도 내부 소비가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5.46%로 집계됐다는 1차 조사 결과나 최근 공개됐다. 이는 3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고토 총괄 역시 점진적인 엔화 강세는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일본인들의 실질 임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방 정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세율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일본 재정상황을 지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행은 전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 전망이 (당국의 바람대로) 실현되면 그에 따라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추가 인상 의지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6월이나 7월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