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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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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탄에…韓기업 ‘엎친 데 덮칠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20 14:54

무협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 2분기 연속 기준치 하회

한경협 기업경기동향조사 최장기 연속 부진 경신 중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자동차들이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자동차들이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심리가 계속 얼어붙고 있다. 통상 환경을 중심으로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버팀목' 수출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EBSI는 84.1로 집계됐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다.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100보다 큰 값을, 악화될 전망이면 작은 값을 가진다.


이번 결과는 2분기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한 것이다. 기업들이 전 분기 대비 수출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수치는 작년 2분기 116, 3분기 108.4, 4분기 103.4, 올해 1분기 96.1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추이.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추이.

품목별로는 주요 15대 품목 중 11개 품목이 1분기 대비 낮은 값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59.4)은 전 분기 대비 수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항목별로는 미국 관세 부과와 각국의 보복관세 가능성으로 10개 항목 중 '수입규제·통상마찰'(45.4)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수출대상국 경기'(77.3), '수출상품 제조원가'(79.4) 등 9개 항목이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전반적인 체감 경기는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망치가 90.8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BSI는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부정 경기 전망을 한다는 의미다.


BSI는 2022년 4월(99.1)부터 3년 넘게 기준선을 하회하고 있다. 올해 1~3월 BSI 전망치는 평균 87.5였다. 과거 1분기 숫자 비교해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64.7)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기업들의 심리가 더 얼어붙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종별 이달 경기전망은 제조업(95.1)과 비제조업(86.3)의 동반 부진이 예상됐다. 제조업 BSI(95.1)는 2024년 4월(98.4)부터 1년 연속, 비제조업 BSI(86.3)는 올해 들어 1월(84.9)부터 3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한경협이 다음주 발표하는 다음달 BSI 전망치 역시 기준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정치 불안 등 여파로 내수 경기가 부진한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예고하면서 기업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교역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지속해 피해를 준다며 다음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 친구와 적국으로부터 갈취당했다"며 “다음달 2일을 '미국 해방일'로 부르겠다"고 언급해 이같은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산업계는 미국이 캐나다, 유럽 등 동맹국에도 무분별한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해온 만큼 우리나라도 일정 수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통상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기존 생산 네트워크를 점검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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